AI가 하이테크 채용 둔화시키는 사이, 방산 테크는 급성장
수년간 야심 찬 이스라엘 엔지니어들에게 가장 선망받는 직장은 민간 소프트웨어 기업이었다. 사이버 보안, 핀테크,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는 높은 급여와 매력적인 스톡옵션, 그리고 막대한 기업 매각(엑시트)의 기회를 보장했다. 국방 분야 역시 중요성은 인정받았으나 대형 방산 계약업체 중심의 긴 프로젝트 주기와 민간 상용 기술 부문에 비해 뒤처지는 급여로 인해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직장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 내 위계 구조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민간 기술 기업들이 추가적인 고용 없이도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 반면, 지속되는 전쟁과 미래 충돌에 대한 안보 불안은 국방 기술(디펜스 테크) 분야의 새로운 채용 붐을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지각변동은 이스라엘 노동 시장에서 뚜렷하게 가시화되고 있다. 전문 리크루팅 기업 갓프렌즈(GotFriend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이스라엘 국방 기술 스타트업이 새로 등록한 구인 공고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으며, 평균 급여 역시 약 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인력 확보 경쟁을 넘어 이스라엘 하이테크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알리는 신호다. 10년 전만 해도 정책 입안자들은 프로그래머 부족이 첨단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 우려했으나, 오늘날 민간 기술 부문은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도출하는 방식을 체득했다. 이스라엘 혁신청(Israel Innovation Authority)은 기술 산업 전반의 외형적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2025년 사상 처음으로 연구개발(R&D) 인력 규모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혁신청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AI 도구 도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함께 자국 기업들의 해외 개발 거점 확대를 꼽았다.
원인이 인공지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강세를 보인 셰켈화 가치는 달러 기준으로 이스라엘 현지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켰고, 이에 대응해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 개발 센터를 구축하는 데 점차 익숙해졌다. 여기에 저금리 시대의 종식은 스타트업들에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강제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이러한 압력을 한층 더 가속화했다. 코딩 도구로 무장한 소규모 팀이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고액 연봉의 개발자를 추가 채용할 명분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반면 국방 기술 분야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민간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AI가 코드 작성, 고객 대응, 데이터 분석 인력을 대체하는 데 집중된다면, 방산 영역에서는 무인기(드론), 감시 정찰 시스템, 요격 체계, 자율주행 전투 차량 등에 AI가 필수적으로 융합되고 있다. 이러한 첨단 시스템들은 여전히 물리적 설계와 정밀 제조, 엄격한 실전 시험, 그리고 고성능 카메라, 통신 장비, 무기 체계와의 유기적인 결합을 필요로 한다. AI가 각 체계의 작전 능력을 고도화할수록, 군 당국이 요구하는 장비의 복잡성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방 분야의 채용 열풍이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의 범위를 넘어 확장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갓프렌즈는 인공지능 전문가뿐만 아니라 드론, 센서 및 물리적 하드웨어 내부에 탑재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드웨어 전문 기술 또한 다시금 채용 시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극한의 실전 환경에서 첨단 장비가 오작동 없이 운용될 수 있도록 반도체 칩, 전자 기판, 정밀 부품을 설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울러 영상 데이터를 정확히 판독하고 다중 센서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단일한 전장 상황도로 통합할 수 있는 컴퓨터 비전 및 센서 융합 엔지니어의 채용도 활발하다.
상승한 급여 수준은 국방 기술 분야가 과거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갓프렌즈 집계에 따르면 하드웨어 아키텍트의 월평균 급여는 약 5만 신셰켈(NIS)에 달한다. 알고리즘 엔지니어는 약 4만 7,000 신셰켈, AI 및 초고밀도집적회로(VLSI)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는 약 4만 5,000 신셰켈을 받고 있다. 경력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급여 역시 4만 4,000 신셰켈 수준에 근접했다. 이는 부족한 보상을 애국심에 호소하던 과거 방위산업의 처우와는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 국방 스타트업들이 한정된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상용 소프트웨어, 핀테크, 사이버 보안 기업들과 직접적인 임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인재의 이동에 발맞춰 글로벌 자본 또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갓프렌즈는 2026년 전 세계 국방 기술 스타트업들의 누적 투자 유치액이 123억 달러에 달해 2025년 같은 기간의 약 두 배로 급증했다고 추산했다. 이 중 이스라엘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약 8억 4,600만 달러로, 이미 지난 한 해 전체 총액에 육박하고 있다. 비록 채용 전문 기업의 자체 조사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참작의 여지는 있으나, 이러한 가파른 투자 증가는 전 세계적인 군비 지출 확대 추세와 정확히 일치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5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2조 8,900억 달러에 이르며 11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의 실질 국방비 지출은 14% 급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역시 유럽 회원국과 캐나다가 지난해 핵심 방위비 지출을 20% 가까이 늘렸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전역의 탄약 재고 고갈과 제조 역량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으며,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은 무인기, 방공망, 전자전, 신속한 전장 정보 수집 체계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각국 정부는 더 이상 국방 예산을 재정 악화 시 삭감할 수 있는 부차적 지출로 보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스타트업들에 자본만으로는 쉽게 확보할 수 없는 결정적인 경쟁력을 제공한다. 바로 실제 전장 작전 수요와의 직접적인 연결이다. 갓프렌즈에 따르면 현재 약 800개의 신생 기술 기업이 이스라엘 국방부로부터 직접 조달 주문을 수주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생 기업들은 실제 작전 환경에서 기술을 시험하고, 일선 장병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수렴하여 전통적인 다년도 방산 조달 체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제품을 개량할 수 있다. 이들 기업 중 다수는 전장에서 마주한 구체적인 문제의식에 착안해 직접 기술적 해법을 제시하고자 나선 예비군 장교나 군 기술 부대 출신 창업가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는 아이디어가 실제 상용화 및 매출로 이어지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다. 아울러 해외 방산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한다. 단순한 시연 장비가 아닌 실전에 직접 투입되어 검증된 무기 체계라는 점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사이버 보안 산업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배경은 창업가들에게 특화된 전문성을 부여하지만, 국방 기술은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산업 기반을 요구한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제조 공장, 부품 공급망, 광학 장비, 반도체, 기계공학 등 전방위적인 제조업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대형 방산 기업들의 실적은 스타트업 뒤에 대기하고 있는 막대한 글로벌 수요의 규모를 입증한다.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는 2026년 하반기에 접어들며 전년도 230억 달러에서 대폭 증가한 320억 달러의 사상 최대 수주 잔고를 달성했다. 경영진은 올해 초 지난 1년간 약 2,000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했으며, 향후 추가로 2,000명을 더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엘빗 시스템즈는 신생 스타트업이 아니지만, 이 대기업의 급격한 확장은 신생 기술 기업들이 직면한 공통된 제약 요인을 보여준다. 주문은 넘쳐나지만, 이를 기한 내에 생산하고 인도할 엔지니어와 제조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다만 현재의 방산 호황을 영구적인 경제 구조의 전환으로 확대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국방 조달은 정치적 변수에 극도로 취약하며, 각국의 수출 면허 규제는 해외 판로를 지연시키거나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단일 정부 고객에 대한 높은 의존도 또한 상존하는 위험 요소다. 전시 상황에서 급조된 제품들은 종전 후 평시 민간 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요처를 찾지 못해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벤처 자본이 유행에 휩쓸려 군사적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단순 기술에 'AI', '자율주행', '국방'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기업가치를 부여할 위험도 상존한다. 실전 테스트 이력이 우수한 강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안정적인 대량 양산 역량이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인력 이동에 따른 국가적 차원의 기회비용 또한 적지 않은 고민거리다. 국방 분야로 유입되는 엔지니어들은 한정된 국내 인재 풀에서 공급된다. 이는 국가 안보와 방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의료 기술, 신재생 에너지, 첨단 일반 정밀 제조 등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의 심각한 인력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 특정 안보 위기와 지정학적 갈등에 기댄 경제 성장은 장기적으로 결코 이상적인 발전 전략이라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노동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대단히 명확하다. 이스라엘의 민간 하이테크 산업이 쇠퇴하는 것은 아니며, 경쟁력을 갖춘 선도 기업들은 여전히 인재 영입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투자 유치 라운드가 열릴 때마다 대규모 소프트웨어 일자리가 쏟아져 나오던 황금기는 끝났다. 인공지능의 도입, 엄격해진 비용 통제, 해외 원격 고용의 확산은 과거 '기술 투자 성장'이 곧 '국내 고용 창출'로 직결되던 공식을 끊어놓았다. 반면 국방 기술 분야는 지정학적 위기가 자본과 고객을 동시에 창출하고 있으며, AI가 단순한 인력 감축 수단이 아닌 군이 요구하는 첨단 전력의 복합성을 극대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정반대의 인력 팽창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맞이할 차세대 기술 부흥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더 많은 하드웨어와 제조 기반, 그리고 엔지니어와 방위산업체, 국가 안보 기구 간의 한층 밀접한 협력이 그 중심에 설 것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수출을 통해 '스타트업 국가'로 발돋움했던 이스라엘은, 이제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첨단 기술에서 가장 강력한 고용과 산업 성장을 목도하고 있다. 이 새로운 상업적 기회는 엄혹한 지정학적 현실 속에서 잉태되었으나, 투자자와 기술 인력, 그리고 국가 정책 입안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무시하기 어려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