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srael

이스라엘 신생 하레디 정당 '하레디 공공당', 기존 초정통파 기득권 양당 체제에 도전장

 
2026년 8월 23일, 차기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베이트 셰메시에서 열린 '하레디 공공당'의 총선 출정식에 당 대표 모티 라잍너(Moti Leitner)와 당원 및 지지자들이 참석해 있다. (사진: 하임 골드버그 / 플래시90)

이스라엘의 주요 초정통파(하레디) 정당인 샤스(Shas)와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의 오랜 독점에 도전하는 새로운 풀뿌리 정당이 등장해 경제 참여 확대, 교육, 그리고 이스라엘 사회에 대한 공동 책임 분담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레디 대중(The Charedi Public)'으로 명명된 이 신당은 최근 라마트 벳 셰메시(Ramat Bet Shemesh)를 비롯해 하레디 인구 밀집 지역에서 본격적인 행사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신당 지도부는 기성 하레디 정당들이 유권자와 이스라엘 대중 전반의 관심사로부터 단절되었다고 비판하며, 이스라엘군(IDF) 입대와 노동 시장 참여 등 하레디와 비(非)하레디 이스라엘인 사이에 오랜 갈등을 초래해 온 문제들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고자 한다고 밝혔다.

당의 정강은 하레디 학교에서 수학, 영어, 과학과 같은 세속 과목을 가르쳐 학생들이 경제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돕고, 예시바(유대교 종교 교육기관)에서 전일제 학업에 종사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는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이 공개한 선거 캠페인 영상은 하레디 공동체가 "극단주의 세력이 자신들의 의제를 좌지우지하도록 방치"한 결과, 공동체의 자녀들이 "이스라엘에서 가장 가난한 아이들"이 되었다고 한탄했다.

신당의 대표이자 벳 셰메시 부시장인 모티 라이트너(Moti Leitner)는 최근 열린 선거 행사에서 샤스와 UTJ 지도부가 "책임이라는 것의 의미를 잊어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스라엘 국기와 "이번에는 우리가 책임을 집니다"라는 슬로건 현수막 옆에 선 라이트너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이스라엘 국가는 우리를 파멸시키려는 적들에 맞서 여러 전선에서 전쟁을 치러왔으며, 이 전쟁은 우리 각자에게 진정한 책임이 무엇인지 일깨워준 끔찍한 학살로 시작되었다"고 강조했다.

라이트너 대표는 이어 "수천 명의 하레디가 자발적으로 군에 입대하고 도움을 주며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도우려 나섰지만, 이러한 막중한 재난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 지도부의 머리 위를 그냥 지나쳐 버린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존 지도부가 "현실 분리주의와 무능"이라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치적·이념적 반대자들을 상대로 거리 폭력을 일삼는 것으로 알려진 극단주의 반시오니즘 단체인 이른바 '예루살렘 파벌(Jerusalem faction)'을 지목하며, "지난 4년은 토라유대주의연합과 샤스에 투표하는 것이 곧 예루살렘 파벌의 깡패들에게 투표하는 것임을 증명했다"고 역설했다.

신당의 공약은 하레디 공동체 내의 빈곤 퇴치와 경제적 자립 확대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당 측은 "빈곤과 싸우기 위해 우리는 우리 자녀들이 기본적인 생활 역량을 습득하고 높은 수준의 수학과 영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적절한 교육 체계와 직업 훈련, 고용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노동 시장 진입을 위한 도구 제공을 가로막는 빈곤의 정치를 종식하고, 당당한 생계 수단과 경제적 자립에 뿌리를 둔 토라(Torah)의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라이트너 대표는 "처음에는 [기존] 하레디 정당 내부에서 개혁을 추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의 대답이 침묵이었기에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곧 "적지 않은 랍비들과 하시딕 랍비 지도자(레베), 공동체 지도자들이 그동안 비밀리에 보내왔던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대교 랍비 법관이자 이스라엘군 나할 하레디(Nahal Haredi) 대대와 연계된 비정부기구(NGO)의 이사인 여호슈아 페퍼(Yehoshua Pfeffer) 랍비는, 대다수 비하레디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이 하레디 공동체를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사회와 국가에 대한 책임을 나누기를 꺼리는 집단"으로 바라보는 현실은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라의 이름이 책임 회피, 타인에 대한 의존, 기여 없는 수혜와 동일시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덧붙였다.

페퍼 랍비는 "우리는 우리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수만, 수십만 명의 하레디들이 같은 질문을 던지며 대안을 찾고 있으며, 그들의 판단이 맞다"고 말을 이었다.

전략적 관점에서 페퍼 랍비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The Times of Israel)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동안 하레디 인구 비율은 극적으로 증가했음에도 하레디 정당들의 의석 점유율은 사실상 늘어나지 않았는데, 이는 깊이 생각해 볼 만한 놀라운 사실"이라며 "특히 10월 7일 이후 하레디 정당들에 대한 엄청난 환멸이 존재하며, 내부적으로도 거대한 불만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