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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 발 묶이고 수백억 피해: 벤구리온 공항 기습 파업으로 ‘마비’… 정치권 공방 격화

1시간 기습 파업으로 이스라엘 약 1,000만 달러(약 130억 원) 피해 추산

 
2026년 8월 20일, 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파업이 발표된 후 대기 중인 수천 명의 승객들. (사진: 아브샬롬 사소니/플래시90)

이스라엘의 유일한 국제 관문인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20일 기습 파업이 발생해 공항 운영이 전면 마비되는 초유의 혼란이 빚어졌다.

공항 직원들의 파업으로 수천만 셰켈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으며, 21일 오전까지 대규모 항공편 지연이 이어졌다. 또한 안식일(샤바트) 진입을 앞두고 다수의 항공편이 추가로 취소되면서 수많은 이스라엘 국민이 해외에 발이 묶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사태는 여름방학을 맞아 수만 명의 이스라엘인이 해외여행에 나서는 연중 최대 성수기 한복판에 발생해 약 24시간 동안 현지 주요 뉴스를 완전히 뒤덮었다.

파업 당일인 20일 하루에만 600편 이상의 항공편이 편성되어 10만 7,000명의 승객이 공항을 이용할 예정이었다.

항공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21일 오전 기준 벤구리온 공항은 전 세계에서 항공편 운항 차질이 가장 심각한 공항 1위에 올랐다.

파업의 여파는 정치권으로도 급격히 번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파업이 계속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에 나섰고, 야당 지도자들은 이번 혼란이 국가를 관리하는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20일 오후 3시경 공항 직원 수십 명은 여름철 폭증하는 승객을 감당하기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오랜 불만을 이유로 체크인 카운터에서 일제히 철수했다. 노동자들은 약 1시간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으나 이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뒤였다.

이번 사태가 이스라엘 최대 노동단체인 히스타드루트(Histadrut)의 계획된 파업인지,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와일드캣 파업(비공인 파업)'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히스타드루트 측은 파업 개입을 전면 부인했다.

노조 측은 "벤구리온 공항의 혼란을 '기습 파업'의 결과로 몰아가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고 심각한 인력난과 여름철 대비 부족이라는 본질적인 실패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이스라엘공항공사 노동위원장이자 집권 리쿠드당 주요 인사인 핀하스 이단(Pinhas Idan)이 직원들에게 1시간 만에 업무 복귀를 지시한 정황을 전하며 그가 파업을 주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리쿠드당 대표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후 "공항에서 발생한 불법적이고 무분별한 파업"을 이유로 이단을 당에서 제명 처분했다.

와이넷(Ynet)은 당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단이 당내 공천 지분 확보 문제로 당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던 네타냐후 총리와 미리 레게브(Miri Regev) 교통부 장관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이번 파업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고위 당직자는 "노사분규 선언도 없었고, 이처럼 극단적인 파업을 사전에 짐작할 만한 위협이나 예비 조치조차 없었다"며 "결국 이번 일은 레게브 장관과 간접적으로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타격을 입히려는 명백한 시도였다"고 지적했다.

주요 현안에도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네타냐후 총리는 파업 발생 1시간 만에 성명을 내고 정상 운영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든 해고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벤구리온 공항은 계속 개방될 것이며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칸(Kan) 뉴스에 따르면 재무부는 항공편 취소에 따른 수수료 수입 손실, 휴가 일정 차질로 인한 경제 활동 위축, 항공 화물 운송 지연 등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약 3,000만 셰켈(약 134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미카엘 이즈하코프(Michael Izhakov) 관광부 사무총장 역시 대외적 이미지 실추를 지적하며, 하루 약 5,000명의 관광객이 입국하는 등 최근 들어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이던 관광산업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우려했다.

이즈하코프 사무총장은 칸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국가 이미지에 끔찍한 타격을 줬다"며 "지난 3년간 관광산업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보았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파업으로 10만 명이 넘는 국민이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야권 지도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를 향한 맹공을 퍼부었다.

'함께(Together)' 당을 이끄는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는 교통부 및 재무부 사무총장을 지낸 당 소속 케렌 터너(Keren Turner)와 함께 공항을 직접 찾았다.

베네트 전 총리는 현장 기자들에게 "벤구리온 공항이 혼란에 빠진 것은 혼란을 자초한 정부 때문"이라며 "지금 눈앞에 펼쳐진 참담한 광경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정부라는 '재앙'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비판했다.

터너 후보 역시 "공항이나 도로에 갇히고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든 분께 상황이 이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전하고 싶다"며 "현 정부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을 당연하게 만들었지만, 곧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샤르(Yashar) 당 대표인 가디 아이젠코트(Gadi Eisenkot) 전 참모총장은 공항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레게브 교통부 장관이 해외에 체류 중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불과 하루 전 네타냐후 총리와 레게브 장관이 공항을 시찰하던 영상을 공유했다.

아이젠코트 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책임감 있는 교통부 장관이라면 즉시 공항으로 달려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수만 명의 발 묶인 승객들을 위한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무능한 장관은 늘 그렇듯 자리에 없었다. 국민은 책임을 지고 도전에 맞서며 시스템을 근본부터 정비할 줄 아는 리더십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혼란과 무질서, 관리 부재와 책임 회피로 점철된 네타냐후 정부의 실패한 국정 운영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국민의 삶에 대한 무관심과 무엇보다 총체적인 리더십 부재의 결과"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