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법원, ‘하레디 병역 기피자 체포 금지법’에 위헌·무효 판결
예루살렘에 위치한 이스라엘 대법원(대법원 겸 고등사법재판소)이 목요일, 입대를 거부하는 하레디(초정통파 유대교) 예시바 학생들을 체포 및 기소 등 법 집행 절차로부터 보호하던 논란의 법률을 전면 무효화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7월 15일 오페르 그로스코프(Ofer Grosskopf) 대법관이 해당 법률 통과 단 하루 만에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데 이어 확정된 것이다. 대법관 9인 전원합의체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근본적인 입법 절차상의 하자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또한 9명 중 8명의 대법관은 해당 법률이 병역 의무가 있는 다른 일반 국민들에 비해 하레디 남성들에게 특혜를 부여함으로써 헌법적 가치인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다수 의견을 집필한 노암 솔버그(Noam Sohlberg) 대법원 부원장은 이번 결정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내려진 것이 결코 아니라고 강조하며, 크네세트 법률 고문단이 의원들에게 해당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한 번, 두 번, 세 번에 걸쳐 거듭 경고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연립정부는 대부분의 초정통파 남성에 대한 의무 병역 복무를 반대하는 양대 하레디 정당인 샤스(Shas)당과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의 정치적 지지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하레디 공동체 내부에서도 군 복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하레디의 군 복무를 장려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새로운 초정통파 정당인 '하레디 대중(Charedi Public)'이 공식 창당하기도 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크네세트 자체 법률팀과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지지했던 갈리 바하라브-미아라(Gali Baharav-Miara) 검찰총장의 반대 의견에 뒤이어 나온 것이다.
군 복무에서의 형평성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한층 거세졌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테러 조직을 상대로 장기전을 치르며 지속적으로 병력 부족 문제를 경고해 왔다.
하레디 징집을 지지해 온 에얄 자미르(Eyal Zamir) IDF 참모총장은 의원들에게 해당 입법이 "명백하고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IDF의 실제 필요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월 말에는 약 500명의 하레디 신병이 IDF에 입대했다. 군 당국은 초정통파 청년들이 엄격한 종교적 계율과 생활 방식을 온전히 준수하면서 복무할 수 있도록 전용 체계를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초정통파 지도자들은 정부와 군이 예시바 학생들에게 입대를 강요함으로써 토라 연구의 토대를 훼손하려 든다고 주장해 왔다.
솔버그 부원장은 판결문에서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솔버그 부원장은 "이 맥락에서 하레디 대중 구성원들을 상대로 진행되는 법 집행 절차는 그들이 병역 의무를 회피했기 때문이지, 결코 그들이 토라를 공부하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현재 징집 기피자로 간주되는 하레디 남성의 수를 73,664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제로 체포된 인원은 전체의 0.3%인 219명에 불과하다.
초정통파 샤스당은 대법원의 판결을 맹비난하며 대법관들을 "국내 최대의 혼란 조장자들"이라고 불렀고, 이번 판결이 하레디 징집을 장려하기는커녕 이스라엘 사회의 분열만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리에 데리(Aryeh Deri) 샤스당 대표는 목요일 콜 바라마(Kol Barama)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IDF가 "세속적인 군대"를 선호할 뿐 실제로는 하레디 군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다고 별도로 주장했다. 한편 초정통파 단체를 대리하는 나탄 로젠블라트(Natan Rosenblatt) 변호사는 현재와 같은 상황 조건에서는 토라 연구가 입대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