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후티 반군, 바브엘만데브 해협 완전 장악… 사우디군 흔들리고 미군은 공중 지원 유보
트럼프, 또 다른 전선 열기보다 이란에 집중 유지하도록 군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을 따라 전격적인 진격을 지속하며 아라비아반도 남서부 모퉁이와 인근 도서 지역을 완전히 점령해 전략 요충지인 바브 엘-만데브(Bab el-Mandeb)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했다.
이번 대공세는 지난 수주간 국제사회가 승인한 예멘 합법 정부군 및 이를 지원하는 사우디 연합 측 병력과의 치열한 격전 끝에 이루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후티 반군의 이번 진격 작전이 이란 정권의 지휘와 지원 아래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대리 세력인 후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또 다른 해상 통로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길을 차단하고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을 폭등시킬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하게 됐다.
목요일 국제 유가는 최소 5% 이상 추가 급등했으며,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06달러에 도달했다.
NEW: The Houthi offensive to capture territory near the Bab al Mandeb advances Iranian objectives under the current regional campaign that Iran is waging against the United States and its allies. Iran has recently pursued the following lines of effort under this regional… pic.twitter.com/TcLQriTIuL
—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TheStudyofWar) September 11, 2026
최근 며칠간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은 후티 반군의 맹공에 밀려 전선이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Axios)에 따르면 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는 미국 측에 후티를 겨냥한 공습을 긴급 요청했으나, 백악관은 이를 거부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목요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공습 개시를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 측 언론 매체들은 최근 며칠간 사우디군이 수십 차례의 공습을 감행했다고 전했으나, 반군의 진격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사태 고조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피하길 원하고 있다. 한편 목요일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인 브래드 쿠퍼 제독이 긴급 조율 회담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했다고 소식통 두 명이 액시오스에 전했다.
목요일 후티 반군이 모카(Mokha) 항구를 장악한 데 이어, 금요일에는 예멘 정부군이 페림(Perim) 섬에서 전격 철수했다. 이 철수로 인해 후티는 페림 섬은 물론 바브 엘-만데브 해협과 바로 맞닿아 있는 두밥(Dhubab) 항구까지 통제권에 넣었다. 이로써 후티는 홍해로 통하는 핵심 수송로의 예멘 측 영토를 완전히 장악하게 됐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랜 기간의 소강상태를 깨고 지난 7월 교전이 재개되었을 당시, 후티 문제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는 신호를 워싱턴에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투는 점차 격화되어 사우디 국경 너머로까지 번졌고, 이에 사우디 왕실은 미국에 점증하는 군사 지원을 요청하게 됐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이 미군의 역량을 예멘이라는 또 다른 전선을 여는 데 분산시키지 않고 이란 정권에 집중시키는 것이라고 액시오스에 전했다. 한 미국 정부 당국자는 미군이 정보 지원을 통해 사우디를 도울 것이라고 밝히며, 이미 200명의 미군 병력이 비타격(비전투) 지원을 위해 현지에 배치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홍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보장과 같은 핵심 국가안보 이익을 수호하는 데 집중하는 한편, 역내 안보 도전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데 지역 파트너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우리는 역내 안정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및 예멘 공화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주요국들 역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으나, 군 당국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후티 반군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예멘의 독립을 존중하고 불법적인 해상 봉쇄를 종식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다. 합의된 예멘 로드맵에 기초해 대화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
테헤란 외무부에 따르면 아바스 아락치(Abbas Araghchi) 이란 외무장관은 어젯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역내 긴장 고조와 안보 불안 확대"에 대해 논의했으며, 양측은 "긴장 확산을 방지하고 안정을 되찾기 위해 외교적 노력과 협력을 지속할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아락치 장관은 아심 무니르(Asim Munir)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과도 현 상황을 논의했다고 파키스탄 안보 당국자가 로이터에 전했다. 파키스탄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및 튀르키예와 3자 방위 협정을 체결하는 동시에, 이웃국인 이란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지부티 등 '아프리카의 뿔' 전역에 공동체를 두고 있는 수니파 아파르(Afar) 부족의 한 대표는 이네트 뉴스(Ynet News)와의 인터뷰에서 해협을 마주한 후티의 새로운 이웃 국가 주민들 역시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예멘 국경을 넘어 특히 에리트레아 단칼리아(Dankalia) 지역의 아파르 공동체에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부족 어민들은 홍해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으며 예멘 해안선과 오랜 조업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예멘 분쟁의 여파는 군사 및 해양 안보 차원뿐만 아니라 어촌 공동체의 생계와 인도주의적 결과라는 관점에서도 엄밀히 검토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