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보고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잔해 수거 작업 중 전쟁범죄 증거 인멸 가능성 제기
프란체스카 알바네세(Francesca Albanese)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인권 특별보고관은 월요일, 이스라엘이 자국 군 통제 아래 있는 가자지구 지역에서 잔해(파편)를 치우는 행위가 전쟁 범죄 혐의에 대한 증거를 인멸할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비난했다.
유엔은 이번 전쟁으로 인해 약 6,100만 톤에 달하는 잔해와 파편이 발생했으며, 이를 전부 치우는 데 약 7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알바네세 보고관은 잔해 속에 유해뿐만 아니라 이른바 '잔혹 범죄(atrocity crimes)' 혐의에 대한 증거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규모 잔해 수거 작업이 본격화되기 전에 증거 수집과 유해 신원 확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녀는 "초토화된 가자에서 건물 잔해는 단순한 건축 폐기물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범죄 현장이자 무덤의 일부이며, 2년 동안 이어진 잔혹하고 무분별한 폭격 작전 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한 실질적인 물리적 기록"이라고 주장했다.
알바네세 보고관은 '유엔 전문가, 이스라엘의 잔해 철거가 잔혹 범죄의 흔적을 지울 수 있다고 경고'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그녀는 잔해를 치워야 한다면 '잔혹 범죄' 혐의에 대한 증거가 확실히 보존되는 조건 하에 팔레스타인 측이 그 과정을 주도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Reuters) 통신에 따르면 알바네세 보고관은 다수의 소식통을 통해 이스라엘 기업들이 잔해 철거 작업에 관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해당 소식통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녀의 사무소 역시 주장의 근거를 묻는 질문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측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과거부터 알바네세의 비판을 일관되게 일축해 왔다.
이스라엘 공병대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른바 '옐로 라인(Yellow Line)' 서쪽 일부 지역에서 잔해 제거 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알바네세 보고관은 이스라엘과 가자 전쟁에 관한 발언들로 인해 이스라엘 정부 및 여러 외국 정부로부터 반복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월, 그녀는 도하에서 열린 알자지라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했는데, 이 포럼에는 아바스 아락치(Abbas Araghchi) 이란 외무장관과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Khaled Mashaal)도 참석한 바 있다. 해당 포럼은 2026년 2월 7일부터 9일까지 개최되었다.
포럼 발언 중 알바네세는 이스라엘을 전 인류의 "공공의 적"으로 지칭했으며, 이 발언은 이후 레제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라엘은 인류가 더 이상 짊어질 수 없는 짐"이라고 비난했을 때 그대로 반영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장-노엘 바로(Jean-Noël Barrot) 프랑스 외무장관의 거센 비판을 촉발했다. 아비 니르-펠트클라인(Avi Nir-Feldklein) 주EU 이스라엘 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자국민을 살해하고 처형한 이란 테러 정권의 외무장관, 그리고 10월 7일 대학살을 자행한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테러 조직 중 하나인 하마스의 고위 지도자와 함께 무슬림 형제단의 선전 기구인 알자지라가 주최한 포럼에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유엔 특별보고관이 참석한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 역시 2월 중순 파리 의회 회의에서 알바네세의 가자 관련 발언에 대해 "정책을 비판받을 수 있는 이스라엘 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민족이자 국가로서의 이스라엘 전체를 겨냥한 것으로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알바네세는 이스라엘에 관한 언행으로 다른 국가 정부들로부터도 제재를 받아왔다. 2025년 7월, 미국 정부는 그녀가 이스라엘 및 미국 관료와 기관들을 상대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소송 절차를 적극 조장하고 부추겼다는 점을 들어 그녀에 대한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