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 대학교 연구진, 빠르고 저렴한 폐암 진단 검사법 발표
텔아비브 대학교 연구진이 잭스바이오 테크놀로지스(JaxBio Technologies), 하이파 브네이 지온 메디컬 센터 및 텔아비브 인근 셰바 메디컬 센터 의료진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기존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DNA 시퀀싱)보다 훨씬 빠르고 비용이 대폭 저렴한 폐암 조기 진단 혈액 검사법을 개발했다.
비용이 약 60달러(약 8만 원)에 불과한 이 새로운 검사법은 초기 임상 연구에서 2~4기 폐암 환자의 93%를 정확히 식별해 냈으며, 건강한 대조군 참가자의 90%에서 암이 없음을 정확히 판별(특이도 90%)해 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월요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프리시전 온콜로지(Nature Precision Oncology)』에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브네이 지온 메디컬 센터 종양학과장 아베드 아그바리야(Abed Agbarya) 박사는 "폐암은 가장 치명적인 암 중 하나이자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 중 하나"라며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다음과 같이 전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암이 말기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습니다. 만약 초기 단계에서 질병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수술이 가능하고, 완전한 완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5년 생존율 또한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입니다."
연구진은 현재 이스라엘과 유럽의 병원들에서 추가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단계의 임상 시험은 2027년 중반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며, 이후 해당 검사법의 상용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80만 명, 이스라엘 내에서만 매년 약 2,000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환이다. 기존의 DNA 염기서열 분석 검사는 비용이 비싸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조기 발견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일반 환자들의 접근성이 제한적이었다.
아그바리야 박사는 "진단받지 못한 수많은 폐암 환자들이 겨울철 객혈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응급실을 찾는다"며 "이들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폐기종 증상을 동반하고 있으며, 환자의 최대 60%가 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야 폐암 진단을 받는다. 많은 환자가 복잡한 검사를 꺼리는 만큼, 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조기에 암을 포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에 참여한 텔아비브 대학교의 유발 에벤스타인(Yuval Ebenstein) 박사는 종양과 관련된 DNA의 화학적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 이번 검사의 핵심 원리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종양마다 DNA의 화학적 변화 양상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화학적 변화 부위에 빛을 내도록 유도하는 화학 반응 기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혈류에서 미세한 DNA 분자들을 추출해 표지를 부착한 뒤 방출되는 빛을 추적함으로써, 암으로 인해 유발된 DNA의 화학적 변형을 포착해 낸 것입니다."
에벤스타인 박사는 이어 "이를 통해 2~4기 폐암을 정밀하게 진단해 낼 수 있었다"며 "단순한 혈액 검사일 뿐이며 비용도 수천 셰켈씩 들지 않고 매우 저렴하다. 구조가 간단하고 대규모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아 저소득 국가에도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향후 일반 정기 혈액 검사 항목에 통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라빈 메디컬 센터 다비도프 암센터의 중개의학 종양학 책임자인 아리 라파엘(Ari Raphael) 박사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의 인터뷰에서 폐암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암으로 꼽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충분히 일찍 발견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라파엘 박사는 "이번 연구가 진정으로 뛰어난 점은 값비싼 염기서열 분석 장비 없이도 단순한 혈액 검사만으로 암 관련 DNA 변형을 식별해 낸다는 데 있다"며 "2~4기 암을 90% 이상의 민감도와 특이도로 감지하여 환자를 정확히 선별하고 건강한 사람을 배제해 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처럼 빠르고 저렴한 진단 도구는 해당 병기 수준에서도 진단과 치료 반응 모니터링 모두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조사가 1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초기 연구라는 점을 지적했다.
라파엘 박사는 "앞으로 직면한 진짜 과제는 완치 가능성이 가장 높은 1기 단계에서도 이 검사가 유효함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는 모든 액체생검 기술이 임상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기준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그바리야 박사는 높은 흡연율 등으로 인해 암으로 사망하는 이스라엘 내 아랍계 남성이 많다는 현실이 이번 연구를 추진한 중요한 동기 중 하나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내가 환자들을 진료하는 하이파와 나사렛 등 북부 지역 주민들은 수도권 중심부까지 치료를 받으러 갈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에게는 자신들을 위해 투자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전해줄 누군가가 절실하다. 나는 이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느낀다. 내 지역사회 주민들을 돌보고 질병 초기 단계에서 그들을 지켜내고 진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그바리야 박사는 연구 과정에서 함께한 유대인 동료들이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며, 이러한 협업이 이스라엘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그바리야 박사는 "아들이 텔아비브 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했을 때 가장 먼저 기쁜 소식을 전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유발 에벤스타인 박사였다"며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가 겪은 참담한 시간들과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시련 속에서도, 우리는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며 여전히 이러한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아그바리야 박사와 에벤스타인 박사 모두에게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에벤스타인 박사의 경우, 의붓아버지가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 초기 진단을 받은 것을 계기로 암 조기 진단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에벤스타인 박사는 "그 일을 계기로 이 분야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우리가 연구실에서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야말로 암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관찰하는 데 가장 적합한 도구임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