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이자 친이스라엘이면서도 여전히 민주당에 투표하는 이유 – 미국 유대인 유권자를 설명하는 수치들
공화당이 이스라엘 문제를 빌미로 미국 내 유대인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대거 이탈하기를 기대해 왔다면, 그 기다림은 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신 전국 유대인 여론조사 결과, 유대계 등록 유권자의 67%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의회 후보에게 투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이스라엘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진 극심한 진통을 고려할 때 다소 의외의 수치로 보일 수 있지만, 미국 유대인 사회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비영리 기구 ‘유대인 유권자 리소스 센터(JVRC)’의 의뢰로 여론조사 기관 GBAO 스트래티지스가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유대계 등록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한 가지 변함없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미국 유대인 공동체는 여전히 민주당의 가장 확고한 핵심 표밭 중 하나라는 점이다.
교파별 구성의 격차: 진보 성향 개혁파의 우세
미국 유대인의 종교적 구성을 살펴보면 그 배경이 명확해진다. 교파별 분포에서 개혁파(Reform) 유대교가 37%로 단일 교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정 교파에 속하지 않는다고 답한 '무교파' 유대인도 31%에 달했다. 반면 보수파(Conservative)는 17%, 전통 신앙을 엄격히 따르는 정통파(Orthodox)는 9%에 불과했다.
따라서 ‘유대인 표심’을 단일하고 결속력 있는 종교·정치 집단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토라(율법)와 할라카(유대 법), 전통 의례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정통파 유대인은 전체 유대인 유권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반면 정치적으로 확고한 진보 성향을 띠는 개혁파와 교파 소속이 없는 세속 유대인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이 같은 인구통계학적 구성은 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여부가 이들의 투표 기준을 전적으로 좌우하지 않는지를 잘 보여준다.
투표 기준의 우선순위: 이스라엘은 16%에 불과
이번 조사는 유대인들의 정치적 우선순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적 현안 두 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37%가 '생활비 및 물가 부담(생계비)'을 선택했다. 이어 36%는 '민주주의의 미래'를 지목했다. 반유대주의에 대한 대응은 25%였으며, 이스라엘 관련 이슈는 고작 16%에 그쳤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전쟁, 글로벌 반유대주의를 둘러싸고 천문학적인 정치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다수 미국 유대인이 기표소에 들어설 때 이스라엘 문제는 최우선 기준(북극성)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미국 국내의 정치적 세계관과 일상의 경제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을 향한 애정, 그러나 네타냐후 정부를 향한 냉소
이스라엘에 대한 유대인들의 세부 시각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괴리는 더욱 뚜렷해진다. 조사 대상 유대인 유권자의 71%는 이스라엘에 정서적 유대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65%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대한 현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에 반대(불승인) 입장을 표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더욱 냉혹하다. 미국 유대인 유권자의 67%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비호감 의견을 보였으며, 호감을 표한 응답자는 27%에 불과했다. 이러한 정서적 분리는 왜 민주당 내에서 친팔레스타인 여론이 들끓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측통들이 예상했던 대규모 '유대인 탈당 러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해 주는 핵심 열쇠다. 이들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와 네타냐후의 '우파 연립정부'를 명확히 분리해서 인식하고 있다.
유대인의 정체성과 결합된 미국식 자유주의(리버럴리즘)
미국 유대인들은 반유대주의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응답자의 압도적인 89%가 미국 내 반유대주의 확산에 우려를 표했고, 63%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민주당에 표를 던진다.
상당수 미국 유대인에게 자유주의(리버럴리즘)는 단순한 정치적 선호가 아니다. 이는 사회 정의(티쿤 올람), 시민권 신장, 소수자 보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유대인의 문화적 정체성과 불가분하게 얽혀 있다. 성경에 기초한 전통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정치적 입장을 정하는 정통파 유대인들과는 세계관 자체가 다르다.
개혁파 및 세속적 진보 유대인들에게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가족, 역사, 민족적 유대, 명절과 문화적 전통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지만, 성경 본문 자체에 대한 신앙적 헌신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러한 특성은 이들이 이스라엘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진보적 미국 유대인 다수는 미국 정치를 평가하는 잣대(권력 구조, 평등, 소수자 권리)와 동일한 진보적 프레임워크로 팔레스타인, 정착촌, 가자지구 문제를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네타냐후의 보수 강경 연립정부와는 자연스럽게 대척점에 서게 된다.
요약 및 전망
결국 미국 유대인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떠나지 않았다. 최소한 현재로서는 그렇다.
앨런 더쇼비츠(Alan Dershowitz) 변호사나 유명 방송인 빌 마허(Bill Maher)처럼 민주당의 좌경화에 실망을 표하는 일부 저명인사들이 존재하지만, 세속적 개혁파가 다수를 이루는 유대계 일반 유권자 층은 여전히 민주당의 품에 머물러 있다.
이번 조사는 미국 유대인 유권자들이 이스라엘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네타냐후 정부에는 비판적이며, 반유대주의를 우려하면서도 기본적으로 확고한 진보적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이들의 확고한 자유주의적 정치 정체성이 투표소에서 다시 한번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