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착촌 보이콧에 깔린 영국의 ‘선택적 도덕적 분노’
영국이 유대와 사마리아(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전면 수입 금지(보이콧)를 주도하고 정착촌 확장에 관여한 주체들을 상대로 제재를 경고하면서, 지난주 이스라엘과 주요 서방 동맹국 간의 외교 관계에 거센 파장이 일었다.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 영국 외무장관은 정착촌 생산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할 예정이며, 정착촌 개발과 관련된 건설, 인프라, 금융, 부동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및 개인 역시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역내 정세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고 판단되는 무기 수출에 대한 제한 조치도 병행할 방침이다. 프랑스와 캐나다 역시 유사한 조치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유럽 내 다른 9개국도 개별 국가 차원의 제한 조치를 도입하거나 유럽연합(EU) 차원의 조치를 지지하고 추가 조치를 적극 검토하기로 약속했다.
이 같은 12개국의 공조 움직임은 서방 국가들의 정책 기조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과거 정착촌 생산품에 대해 이스라엘 본토 생산품과 구분되는 별도의 원산지 표기만을 요구해 오던 정부들이, 이제는 전면 수입 금지와 정착촌 연계 기업에 대한 경제적 불이익 부과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겨냥하지 않으면서 정착촌만을 정밀 타격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보호하며 ‘두 국가 해법’의 가능성을 보존하기 위한 정밀 조치라고 설명한다. 서류상으로는 명료해 보이지만, 실물 경제 영역에서는 실행 과정에서 심각한 난제들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수입 금지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무역 규모는 비교적 크지 않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유대와 사마리아(서안지구)에서 영국으로 유입되는 수출액은 연간 약 4,800만 달러 규모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파장은 정착촌의 울타리를 훌쩍 넘어, 현지 기업에 고용되어 생계를 유지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한편, 1967년 이전 국경선(그린라인) 안에서만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이스라엘 본토 기업들에게도 심각한 법적·규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조치가 12개국의 단일하고 전면적인 금수 조치로 즉각 가동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은 향후 6~9개월 내에 법제화를 마칠 계획이며, 참여국들 역시 각자의 법적 테두리 내에서 제한 범위를 규정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들은 세부 법률이 완전히 확정될 때까지 마냥 관망할 수 없다. 정착촌 관련 거래는 이미 단순한 평판 관리나 라벨링 차원을 넘어 법적 처벌과 제재 리스크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처럼 시행 방식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바로 영국 정부가 타격을 가하려는 정착촌 기업들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운명이다.
팔레스타인 중앙통계청(PCBS)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기준 서안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 약 1만 7,600명이 이스라엘 정착촌 내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같은 기간 서안지구의 실업률은 27.9%로, 무려 28만 4,000명의 실업자가 거리에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런던의 정치인들은 이러한 ‘사소한’ 현실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다. 정착촌에서 일하는 1만 7,600명의 근로자는 각자의 가정을 부양하고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진 팔레스타인 경제에 소중한 임금을 유입시키는 핵심 경제 주체다. 만약 보이콧이 의도대로 흘러가 정착촌 기업의 매출과 투자, 영업 활동이 위축된다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고 희생될 이들은 다름 아닌 팔레스타인 고용 인력들이다.
과거 소다스트림(SodaStream)의 사례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된 대표적 전례다. 서안지구 마알레 아두밈 인근 미쇼르 아두밈에 있던 소다스트림의 이전 공장은 유대계 및 아랍계 이스라엘인과 함께 약 50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고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가 네게브 사막의 새 공장으로 생산 시설을 통합 이전했을 때, 대다수 팔레스타인 노동자는 이스라엘 취업 허가를 받지 못해 일자리를 따라가지 못했다. 소다스트림은 공장 이전이 보이콧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을 부인했고 이를 보이콧 운동의 일방적 승리로 규정하는 것 역시 사실 왜곡이지만, 그 결과만큼은 명백했다. 생산 기지는 이전했고 회사는 살아남았으나,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은 생계의 터전을 잃었다.
정밀 타격형 보이콧이 초래할 무차별적 부작용
더 큰 위험은 기업들의 규제 준수(컴플라이언스) 과정에서 발생한다. 영국 각료들은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 본토가 아닌 정착촌만을 겨냥한 것이며 광범위한 반이스라엘 불매 운동(BDS)과는 선을 긋고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러나 기업의 법무팀, 은행, 보험사, 유통업체, 구매 담당자들은 이 같은 정치적 구분을 현장의 운영적 결정으로 치환해 실행해야만 한다.
문제는 이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수많은 이스라엘 시중은행, 통신사, 물류업체, 소매유통망, 유틸리티 기업들은 그린라인 양측의 고객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1967년 이전 국경선 내에 본사를 둔 제조업체라 할지라도 정착촌과 연계된 유통업체나 금융기관, 하청업체를 이용할 수 있다. 영국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부품의 정확한 원산지나 서비스의 간접적 기여 여부를 일일이 규명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규정 위반 시 당국의 조사와 막대한 재정적 과징금, 평판 훼손이라는 가혹한 대가가 따르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굳이 복잡한 '도덕적 외과 수술'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다수는 리스크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이스라엘 기업과의 거래 전체를 중단하는 손쉬운 선택을 내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 경제 당국이 깊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주영 경제참사관을 지낸 오페르 포레르(Ofer Forer) 이스라엘 경제부 대외무역관리국 부국장은 영국의 수입업자와 유통업자들이 이스라엘 공급업체가 그린라인 내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를 가려낼 도구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영국 기업들이 이스라엘 기업과의 거래 전반을 꺼리는 '냉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직접적인 제재 대상의 규모와 양국 간 전체 교역 규모 간의 막대한 불균형은 이러한 위험을 더욱 증폭시킨다. 유대와 사마리아에서 발생하는 대영 수출액은 수천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이스라엘의 연간 대영 재화·서비스 수출 총액은 약 46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영국 기업들의 대이스라엘 투자액은 230억 달러를 상회하며, 48개에 달하는 영국 다국적 기업이 이스라엘 현지에 진출해 있다.
이러한 규제 준수 리스크는 결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2025년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정착촌 연계 금융 서비스 제공을 이유로 이스라엘 5대 은행에 대한 투자를 전격 배제했다. 이 은행들은 서안지구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을 지탱하는 중추 기관들이다. 이는 특정 영토만을 겨냥했다는 정책이 실상은 이스라엘 국내 경제의 핵심 기업들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 전례다.
정부가 법안에 "정착촌만 해당한다"고 명시하더라도, 민간 시장은 이를 "이스라엘 기업 전체가 규제 리스크 덩어리"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대이스라엘 보이콧 선언 없이도, 좁은 범위의 제재가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되는 메커니즘이다. 기업 집단과 자회사, 복잡한 금융 거래에 대한 법적 규정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 본토 기업들은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정부의 공언은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튀르키예와 비교되는 서구권의 ‘이중잣대’
이번 정책은 서방이 보여주는 도덕적 분노의 선택적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튀르키예는 1974년 이후 키프로스 북부를 군사 점령하고 있다. 자칭 ‘북키프로스 튀르크 공화국’을 국가로 승인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튀르키예가 유일하며, 유엔 안보리는 이 분리 독립 시도를 법적으로 무효로 규정해 왔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을 겨냥한 튀르키예의 군사 행동과 쿠르드계 정치인, 언론인, 야당 인사들에 대한 인권 탄압 역시 유럽 기구들로부터 거센 규탄을 받아왔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쿠르드계 지도자 셀라하틴 데미르타시(Selahattin Demirtaş)의 장기 구금 등을 이유로 앙카라를 향해 수차례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영국은 튀르키예와의 일반 무역에 대해 유사한 무역 제재를 입안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반대다. 지난 7월 영국 정부는 튀르키예와의 개선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진전을 자축했다. 2025년 말 기준 양국 간 연간 교역액은 284억 파운드(약 384억 달러)에 달했다. EU 역시 2025년 튀르키예를 5대 상품 교역국 중 하나로 꼽았다.
그렇다면 왜 앙카라에는 동일한 도덕적 잣대가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는가?
그 불편한 진실은 서방의 외교 정책이 결코 도덕적 일관성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튀르키예는 막강한 나토(NATO) 회원국이자 난민 유입을 통제하는 문지기이며, 거대 교역 상대국이자 주요 지역 군사 강국이다. 튀르키예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막대한 전략적·경제적 대가를 수반한다. 반면 이스라엘만을 콕 집어 제재하는 것은 훨씬 쉽고 감당해야 할 청구서의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여기에 국내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노동당 정부가 순전히 무슬림 유권자들의 표심을 되찾기 위해 이 정책을 채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선거 공학적 계산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정치적 무지에 불과하다. 2024년 영국 총선 당시, 무슬림 인구 비율이 10%를 넘는 선거구에서 노동당의 득표율은 평균 10%포인트 급락했으며, 가자 전쟁 문제를 앞세운 무소속 후보들이 여러 선거구에서 노동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가자 문제는 무슬림 유권자들에게 이례적으로 높은 우선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선거 셈법은 정부로 하여금 이스라엘을 상대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과시해야 할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캐나다와 유럽 각국에서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이슈에 민감해진 유권자들에게 정치인들이 손쉽게 도덕적 신념을 과시할 수 있는 ‘비용 부담이 적은 타깃’으로 전락했다. 반면 튀르키예는 무역, 난민, 나토, 안보 카드를 쥐고 보복에 나설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적 원칙이란 그것을 강제하는 비용이 저렴할 때 가장 단호해지는 법이다.
그러나 이번 보이콧 법안이 추진된다고 해서 정착촌 건설이 실제로 중단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대와 사마리아의 직접 수출액은 4,800만 달러에 불과해, 이스라엘 경제 규모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제재 지지자들조차 이스라엘의 정책 변화를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렛대를 쥔 국가는 미국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효용은 고도의 정치적·상징적 제스처에 불과한 셈이다.
반면 그 의도치 않은 파장은 훨씬 광범위한 상흔을 남길 수 있다. 4명 중 1명 이상이 실업자인 서안지구 경제에서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그린라인 안에서만 사업을 영위하는 이스라엘 기업들은 과잉 규제 준수, 금융권의 리스크 기피, 모호한 공급망 규정에 휘말려 피해를 입게 된다. 정착촌 정책 자체는 바뀌지 않은 채 영국, 캐나다, 유럽 각국과의 외교 관계만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다.
궁극적인 문제는 정치적이자 도덕적인 실패에 있다. 영국 정부는 평화의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강변하지만, 그들이 가하는 압박은 철저히 일방향으로만 흐르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영토를 양보하고 그에 따른 안보 위험을 감수하며 외교적 실패의 경제적 처벌까지 감내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팔레스타인 지도부에는 그에 상응하는 어떠한 대가도 요구하지 않으며, 이스라엘의 안전을 위한 상호주의적 양보나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 조치는 일절 제안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에게만 일방적인 의무를 지우고 분쟁을 지속시켜 온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책임은 면제해 주는 방식으로는 결코 평화를 구축할 수 없다. 이는 진정한 평화 프로세스가 아니라, 상호주의가 거세된 일방적인 외교·경제적 압박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