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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유대·사마리아 정착촌 제재’ 英 주도 다국적 연합서 막판 이탈

 
2026년 9월 20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사진: AAP 이미지/믹 치카스)

호주가 유대 및 사마리아 지역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무역 제한 조치를 부과하려던 영국 주도의 12개 서방 정부 연합에서 막판에 발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고 호주방송공사(ABC)가 보도했다.

국제사회의 다수 국가와 마찬가지로 호주는 1967년 '그린 라인(Green Line)' 너머에 세워진 이스라엘 정착촌을 점령지 위의 불법 정착지로 공식 간주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유대 민족이 유대와 사마리아(서안지구)에 오랜 역사적 유대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 영토를 법적 분쟁 지역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입장에 반박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이 ABC에 전한 바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당초 이스라엘 정착촌을 겨냥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지지하는 데 열려 있었으나 결국 영국이 주도하는 이니셔티브에 동참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유럽연합(EU) 당국자들도 호주를 설득하려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8일 공동성명을 발표한 12개국 정부는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영국이었다. 이들은 유대 및 사마리아 지역의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물품에 대해 유럽 차원의 무역 규제를 도입하거나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BC가 인용한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캐나다는 비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이 그룹에 최종 합류한 반면, 호주는 협의 막바지 과정에서 발을 뺐다.

무역 제한 조치 동참은 거부했으나, 호주 외무통상부(DFAT)는 호주와 동맹국들이 "동일한 시점에 정확히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같은 목표를 향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 외무통상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전면적인 수입 금지 조치가 팔레스타인의 기업, 노동자 및 생계에 의도치 않은 피해를 주지 않도록 보장하는 방안을 포함해 현실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고 우려한다. 영국 정부 역시 향후 1년간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과제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호주는 불법 정착촌과 정착민 폭력을 억제하기 위해 국제 파트너들과 공조하여 추가적인 표적 조치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2025년 9월 호주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국, 캐나다와 함께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승인했다. 당시 호주 정부는 이 조치가 '두 국가 해법'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며,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지지해 온 오랜 정책 노선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는 또한 10·7 사태 이후 반유대주의의 급격한 확산에 직면해 있다. 이스라엘 디아스포라부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 사이 호주에서 기록된 반유대주의 사건은 1,654건으로, 10·7 사태 이전 연평균의 약 4배에 달했다.

2025년 12월에는 시드니 본다이 비치(Bondi Beach)에서 열린 유대교 하누카 축제를 겨냥한 테러 총격 사건으로 15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호주 당국은 당시 공격이 유대인 공동체를 직접 겨냥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유럽 당국자들은 호주가 영국 주도의 무역 제한 조치에 동참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외교 소식통들은 호주 내 국내 정치적 고려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시사했으며, 호주 유대인 단체들은 현 정부의 정책이 호주 유대인들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해 왔다.

페니 웡(Penny Wong) 호주 외무장관은 지난주 캔버라가 "불법 정착촌과 정착민 폭력을 저지하기 위해 국제 파트너들과 조율하여 추가적인 표적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웡 장관은 "이스라엘 정부가 현장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호주는 더 많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달 초 유대 및 사마리아 지역의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 영국 외무장관은 또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이른바 "인종 청소"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국의 수입 금지 조치는 실제 발효되기까지 6개월에서 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영국의 결정을 규탄하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라말라에 본부를 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전담 외교 공관 역할을 해온 예루살렘 주재 영국 총영사관을 폐쇄했다. 영국의 주이스라엘 대사관은 텔아비브에 위치해 있다.

기드온 사르(Gideon Sa’ar)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유대와 사마리아산 제품에 대한 보이콧은 법을 준수하며 성실하게 일하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비열한 행태"라며, "영국 노동당 정부는 오직 유대인 국가를 상대로만 이러한 보이콧과 BDS(이스라엘 보이콧·투자 철회·제재) 관행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