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 현장에서 미국·이스라엘 국기 짓밟히고 불태워져

People are waving a burning Israeli flag during the third protest against the high cost of living and in support of better learning conditions for high school students, Lyon, France, October 31, 2026. (Photo: Norbert Grisay / Hans Lucas)
2026년 10월 31일 프랑스 리옹에서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고 고등학생들의 학습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세 번째 시위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불타는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 노르베르 그리세/Hans Lucas)

토요일 프랑스 전역에서 생활비 상승과 열악한 학교 환경에 항의하는 시위가 3주 연속 주말에 열려 약 32만 명이 거리로 나온 가운데, 리옹에서 촬영된 영상과 사진에는 시위대가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짓밟고 불태우는 모습이 담겼다.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여러 도시에서 충돌이 발생해 경찰이 최루가스와 기타 군중 통제 수단을 사용했다. 온라인에서는 ‘혁명’과 ‘봉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추가 소요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스라엘을 자주 비판해 온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대표 장뤼크 멜랑숑은 전국적으로 열린 시위에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을 환영했다. 그는 파리 시위에 참석했다.

멜랑숑은 엑스(X) 게시물에서 “지하철역 폐쇄와 기성 언론의 일주일간 이어진 공포 조장 캠페인, 막판 집결 장소 변경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에도 참가자 수는 지난주만큼 많았습니다”라고 썼다.

일부 시위대는 신원을 감추기 위해 마스크와 핼러윈 의상을 착용했다. 리옹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물건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가스로 대응했다. 시위가 저녁까지 이어지면서 파리와 다른 도시에서도 충돌이 발생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시위는 심각한 폭동으로 확대됐다. 10월 17일에는 프랑스 전역의 소요 사태로 약 3,000개 사업장이 파손되거나 약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도들은 행인들을 공격하고 쓰레기통과 건물, 차량에 불을 질렀다. 리모주에서는 화재로 역사적인 시청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이후 당국은 일부 지역에 야간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번 시위에는 노란 조끼 운동과 중·고등학교 및 대학생 단체, 노동조합, 기타 단체들이 참여했다. 극좌 활동가들도 일부 폭력 사태에 연루됐으며, 프랑스 전역의 시위 현장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기가 등장했다.

시위 참가자 수에 대한 추정치는 서로 달랐다. 프랑스 당국은 10월 24일 전국적으로 41만 명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지만, 주최 측은 80만 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토요일 시위에 대해서는 청년 노동조합들이 파리의 20만 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약 50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한 반면, 당국은 전국 참가자 수를 32만 명으로 집계했다.

파리 시위대는 ‘기후와 생활비 위기’, ‘우리는 평생 생계를 유지하는 데만 매달리고 싶지 않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낭트 출신의 31세 시위 참가자 카미유 그린은 자신이 시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린은 “우리는 생활비 상승에 반대하고, 극우에 반대합니다. 고등학생들의 요구를 지지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지지합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는 폭력 사태에 대응해 당국이 시행한 도심 시위 제한 조치도 비판했다.

툴루즈 출신의 35세 시위 참가자 엘로이즈는 “프랑스 민주주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두렵습니다. 경찰국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당국은 지난 9월 소요 사태가 시작된 이후 수천 명이 체포됐다고 보고했다. 로랑 누녜스 내무장관은 시위 과정에서 경찰관과 헌병 최소 1,19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당국이 시위 규모를 과소평가했으며 소요 사태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프랑스 상공회의소는 폭동으로 인해 기업들이 입은 피해가 10억 유로를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폭도들이 직접 일으킨 피해나 자신들이 속한 집단이 일으킨 피해에 대해 최대 1만 유로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반유대주의퇴치운동(CAM)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대인과 이스라엘, 모사드가 소요 사태의 배후라고 비난하는 반유대주의 온라인 게시물이 1,300건 이상 발견됐다. 이 보고서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엑스(X)의 계정 816개에서 게시된 1,384건의 게시물을 기록했으며, 여기에는 유대인이나 이스라엘이 소요 사태에 관여했다는 음모론도 포함됐다.

프랑스의 시위는 이탈리아와 독일, 스페인을 포함한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청년 시위가 일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