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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을 찧어도 이스라엘 탓? ‘이스라엘 망상 증후군(Israel Derangement Syndrome)’의 확산

 
2024년 1월 13일, 워싱턴 D.C. 프리덤 플라자에 모인 '가자를 위한 행진' 시위 군중들. (사진: 셔터스톡)

최근 극좌와 극우를 막론하고 소셜 미디어를 둘러보면 한 가지 공통된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을 이스라엘 탓으로 돌리는 행태다.

이민 위기, 마음에 들지 않는 미국의 대외 정책,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찰리 커크 암살 사건, 심지어 9·11 테러까지 모든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된다.

이러한 현상이 만연해지자 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 에일론 레비(Eylon Levy)는 이를 풍자적인 시각으로 다뤘다. 이번 주 소셜미디어 엑스(X)에 퍼진 풍자 영상은 ‘이스라엘 망상 증후군(Israel Derangement Syndrome, 이하 IDS)’을 실제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질환인 것처럼 묘사했다.

마이크 허커비(Mike Huckabee)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유머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적절한 처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허커비 대사는 "때로는 증오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유머이며, 이 뛰어난 영상은 비판론자들과 혐오자들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훌륭한 본보기"라고 전했다.

영상은 유쾌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사회적 현상은 가볍지 않다.

‘이스라엘 망상 증후군’은 사실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앨런 더쇼위츠(Alan Dershowitz) 하버드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대화에 이스라엘이 등장하는 순간 평소 지적인 인물들조차 통상적인 이성적 사고를 저버리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35년 전부터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일찍이 2016년에 극좌파 진영 내부의 IDS 현상을 다룬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상이 달라졌다. IDS는 더 이상 반(反)이스라엘 급진 좌파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포퓰리즘 성향의 우파 일각에서도 급속히 세를 넓혀가고 있다.

대외관계포럼(Forum for Foreign Relations)의 캐서린 페레즈샤크담(Catherine Perez-Shakdam) 상임이사는 이 현상을 "대화의 주제가 이스라엘로 이어지면 평소 합리적이던 사람들에게 매우 기이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당한 비판과 IDS 사이의 명확한 구분을 제시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정책 비판 자체는 IDS가 아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국민 스스로도 정부를 끊임없이 비판하고 있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나 이스라엘 정부, 이스라엘의 군사 정책, 미국의 대이스라엘 외교 관계 모두 비판의 대상에서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IDS는 근본적으로 다른 궤를 보인다. 페레즈샤크담 이사는 "이스라엘에만 적용되는 자의적인 잣대가 강요될 때 IDS가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이스라엘에 거의 초자연적인 영향력을 부여하는 음모론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최근 스페인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모로코에서 수만 명의 이민자가 스페인의 북아프리카 월경지 세우타로 유입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번 난민 사태의 배후라는 음모론이 급속히 퍼졌다. 과거의 발언과 소셜 미디어 게시물들이 왜곡되어 이스라엘의 개입 음모를 입증하는 가짜 증거로 둔갑했다.

반유대주의대응운동(CAM)의 분석에 따르면, 단 72시간 만에 엑스에서 173개의 주요 게시물이 5,75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약 1억 300만 명 이상에게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Supporters of students Pro-Palestinian protest encampment on the campus of Columbia University in New York as seen outside of the university on April 22, 2024 Photo: Shutterstock

심지어 네타냐후 총리의 입에서 난민들이 쏟아져 나와 스페인 해변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을 묘사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가 유포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이민 위기를 기획했다는 근거는 전무했으나 음모론의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보수 운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캔디스 오언스는 수개월 동안 공식 수사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며 암살을 둘러싼 각종 가설을 주장해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월 오언스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이스라엘과 '터닝포인트 USA' 관계자들, 심지어 커크의 미망인까지 암살의 기획 및 은폐에 연루되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수사 당국이 CCTV 영상과 DNA 증거, 용의자의 자백 메시지 등을 증거로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음모론의 배후로 지목됐다.

올해 초 터커 칼슨 역시 유대교 하바드(Chabad) 운동과 이란 전쟁을 연결 짓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펴고, 모사드 요원 및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관련된 미확인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을 빚었다.

최근 마무리된 미국 플로리다주 공화당 의회 경선에서도 이러한 양상이 확인됐다. 댄 빌저리언은 유대계 공화당 랜디 파인 하원의원을 상대로 미국의 대이스라엘 외교 노선을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선 공세를 펼쳤다.

해당 진영이 제작한 AI 선거 홍보 영상은 파인 의원을 고전적인 반유대주의 이미지로 묘사하고 유대인에 대한 전형적인 편견을 차용했으며, 아돌프 히틀러를 암시하는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의 주장을 재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구를 담기도 했다.

빌저리언은 이번 경선에서 패배했으나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약 1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정치학의 '말굽 이론(극좌와 극우는 정반대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서로 닮아간다는 이론)'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수년간 진보 좌파 일각이 이스라엘을 식민주의, 인종차별, 자본주의, 서구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규정해 왔다면, 이제는 극우 일각에서 이스라엘을 미국의 대외 전쟁, 이민 문제, 정부 정책 및 글로벌 음모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극좌파는 미국이 제국주의적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미국을 통제한다고 주장하고, 극우파는 유대인들이 미국의 권력을 비밀리에 조종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미국을 좌우한다고 본다. 이념적 경로는 상이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증상인 셈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역시 지난 6월 보수 성향 방송인 앨리 베스 스터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흐름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밴스 부통령은 양극단의 태도를 모두 비판했다. 그는 친이스라엘 진영을 향해 이스라엘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무조건 반유대주의로 규정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익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동시에 반대편 진영을 향해서도 명확한 경고를 보냈다.

밴스 부통령은 "행정부에 대한 모든 불만과 정책적 이견의 원인을 이스라엘 탓으로 돌리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이러한 사고방식이 "매우 위험하고 어두운 지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이스라엘 원조의 타당성을 따져 묻거나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반대하고,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거나 가자지구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며 미국의 중동 전략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논쟁의 영역이며 반유대주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악재와 갈등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는 순간, 그것은 정책 비판을 벗어나 '이스라엘 망상 증후군'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2024년 4월 2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 캠퍼스에서 대치 중인 친이스라엘 및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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