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 급증 속 심각한 정신건강 위기에 직면한 이스라엘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3주기를 앞두고,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군인과 민간인 모두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면서 이스라엘 사회가 점증하는 정신건강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의료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이스라엘 최대 의료보험기구(HMO)인 클라릿(Clalit)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일반 대중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 건수는 70% 증가했으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 기록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스라엘 내 다른 의료기관들의 통계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현역 이스라엘군(IDF) 장병 및 예비군에 관한 정신건강 정보는 여전히 비공개 상태다. 전문가들은 군 병력 내부의 PTSD 발생률이 일반 대중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텔아비브 대학교 트라우마 스트레스·회복력 센터가 2025년 중반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 전투에 참여한 군인의 약 12%가 6년에 걸쳐 군 복무가 불가능할 정도의 중증 PTSD 증상을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례에서는 전쟁이 남긴 심리적 상흔이 극단적인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 8월 들어서만 5명의 군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며 연초 이후 군내 자살자 수는 수년 만에 최고치인 19명으로 늘어났다. 10·7 참사 생존자들의 자살도 이어지고 있는데, 노바 음악 축제 학살에서 살아남은 바르 아스라프(30)는 당시 현장에서 희생된 여자친구 리론 바르다의 묘소 옆에서 최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텔아비브 인근 클라릿 산하 게하 정신건강센터의 아미르 크리보이(Amir Krivoy) 소장은 최근 영국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PTSD 발병률은) 높고,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사건 이후에는 심리적 회복력이 작용하고 회복 과정이 진행되면서 수치가 감소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란과의 전쟁처럼 급성 스트레스 요인이 반복적으로 분출되는 지속적인 전쟁 상황 탓에 그러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보이 소장은 이번 정신건강 위기가 PTSD를 넘어 우울증, 불안장애, 섭식장애, 정신증(조현병적 증상) 등 다양한 질환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마다 겪는 급성 정신건강 스트레스의 양상이 각기 달라 실제 상황은 훨씬 복잡할 것이라며, "데이터가 확보되어 있어 PTSD를 지표로 삼고 있지만, 실제 정신건강 위기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방대하다. 이스라엘 내에서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사람의 수는 PTSD 진단자 수의 두세 배에 달할 수 있다. PTSD 수치는 전체적인 추세를 보여줄 뿐이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섭식장애, 심지어 정신증과 같은 여타 정신건강 문제에서도 유사한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료 수요의 폭증은 전문 인력 부족 문제도 심화시키고 있다.
크리보이 소장은 텔레그래프에 "정신과 전문의와 훈련된 임상심리학자가 턱없이 부족하고 전문 인력 양성에만 10~12년이 걸리기 때문에 임기응변식 대응이 불가피했다"며 "이에 따라 미술치료사를 비롯한 관련 분야 종사자들에게 PTSD 치료 기법을 전수하고 공인 교육을 제공하여 지난 2년 동안 1,000명 이상의 인력을 양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교적 경증 환자를 돌보기 위해 '회복력 코치(resilience coaches)' 역시 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보이 소장은 "이들 대부분은 관련 학과를 갓 졸업한 이들로, 1~3회의 상담을 통해 매우 구체적이고 표적화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훈련받는다"며 "제시된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한, 이는 효과적인 초기 상담 단계로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극심한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약물 및 물질 남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이스라엘인들이 증상을 달래기 위해 알코올이나 의료용 대마초, 마약류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수년간 이스라엘 내 알코올 및 마약류 사용이 급증했으며, 정신건강 문제를 자가 치료(self-medicate)하려는 시도가 매우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예를 들어 감정적 동요가 극심해지거나 조증 상태를 보이고, 심할 경우 정신병적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며 "70대 고령층이 의료용 대마초를 사용한 뒤 정신증이나 조증 증세로 병원을 찾는 사례도 목격했다. 이는 결코 무해한 치료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PTSD 치료의 핵심은 적절한 치료자가 적절한 시점에 개별 환자에게 꼭 맞는 치료법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크리보이 소장은 특히 PTSD 및 기타 정신 질환 진단을 받는 아동·청소년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전쟁의 심리적 여파가 향후 수년간 이스라엘 사회에 깊은 상흔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겪는 트라우마 사건 노출은 성인이 되어 더욱 심각한 형태의 정신 질환으로 발전하는 주요 위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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