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독일 내 유대인 삶, 더는 안전하지 않아”… 베를린 선거서 극좌파 ‘선거 인티파다’ 승리 직후 경고
주독 이스라엘 대사, 극좌 ‘좌파당(디 링케)’ 정조준… “거리낌 없는 반유대주의” 맹폭
전 세계적으로 유대인 공동체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잇따른 주 선거 승리가 정당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독일 내 유대인 사회에 가장 심각한 위협은 지난 주말 수도 베를린에서 극좌 정당인 '좌파당(Die Linke)'이 거둔 승리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 전반의 지도자들과 유대인 사회 지도자들, 그리고 주독 이스라엘 대사는 좌파당 내의 극단적인 반이스라엘 및 반유대주의적 성향에 대해 일제히 경종을 울리고 있다.
1990년 독일 통일 이전 동독 독재 정권을 이끌었던 사회주의통일당(SED)의 후신인 좌파당은 일요일 치러진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 25.7%의 득표율로 전통적인 거대 양당인 기독민주당(CDU)과 사회민주당(SPD)을 상당한 격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좌파당이 중도좌파인 사민당(SPD)과 녹색당을 설득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한다면, 통일 이후 처음으로 베를린 시정을 이끌게 된다. 베를린은 약 5만 명의 유대인이 거주하며 수천 명의 이스라엘 국적 교민을 포함하고 있어 독일 내에서 가장 큰 유대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도시다.
독일 수도 베를린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반이스라엘 시위의 중심지가 되어 왔다. 이 시위들은 경찰과의 잦은 충돌을 빚어왔으며, 베를린 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아랍·무슬림계 인구와 도시의 거대한 극좌 성향 주민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좌파당의 선거 운동은 바로 이들 집단을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최근 사례로, 바셈 사이드(Basem Said)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선거 인티파다(선거 봉기)"를 촉구하는 한편, 중도 정당들이 "동일한 인종차별적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우리의 시민권을 억압하고, 반아랍적 악마화를 정상화했으며,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이스라엘 정권에 대한 무기 밀수입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사이드 후보는 "좌파당에 투표하라. 이민자들의 권리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두려움 없이 맞서라"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의 선거 슬로건은 "노이쾰른을 위해, 이민을 위해, 팔레스타인을 위해"였다.
이미 잠재적인 반유대주의 성향을 띠고 있던 좌파당은 지난 수년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이스라엘계 아랍인 극단주의 전문가인 아흐마드 만수르(Ahmad Mansour)는 독일 잡지 포커스(Focus)와의 인터뷰에서 "당이 최근 몇 년간 내부로부터 잠식당했다"고 분석했다.
Kann mich an dieses Kapitel in „Unterwerfung“ gar nicht erinnern pic.twitter.com/FbPKfenVGT
— Beatrice Achterberg (@BeaBovary) September 17, 2026
만수르는 "2020년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정체성 정치가 매우 큰 영향력을 얻었다... 백인 주류 사회가 모든 이민자와 무슬림을 억압한다는 논리였다. 뒤이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일어났고, 당원들 사이에서 이스라엘 문제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을 최후의 식민지 프로젝트로 규정해 악마화하고, 팔레스타인인을 오직 피해자로만 간주하는 탈식민주의 이데올로기가 이제 당내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소속당인 기민당(CDU)이 연이은 주 선거에서 참패를 겪고 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독일 총리는 "독일에서 유대인의 삶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은 최근 몇 년간 가장 무거운 짐"이라며 탄식했다.
메르츠 총리는 "기민당과 나 개인은 독일, 그리고 이곳 수도 베를린에서 유대인의 삶이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며, 베를린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독일의 수치이며, 이를 통제하고 물리치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권한을 다할 것"이라고 베를린과 전 세계 유대인 사회에 약속했다.
메르츠 총리는 또한 온건 좌파 정당들을 향해 좌파당과의 연정에 협력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사민당과 녹색당이 이곳 베를린에서 매우 분명한 거부 입장을 보여주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Das starke Abschneiden der Linken bei der Berlin-Wahl muss jeden beunruhigen, dem das Fortbestehen jüdischen Lebens in dieser Stadt am Herzen liegt
— Ambassador Ron Prosor (@Ron_Prosor) September 22, 2026
Der völlig enthemmte Antisemitismus, der sich in dieser Partei Bahn gebrochen hat, bekommt mit ihrem Aufstieg zur stärksten Kraft… pic.twitter.com/9xRFoxdMF2
론 프로소르(Ron Prosor) 주독 이스라엘 대사는 좌파당의 약진에 대해 "이 도시에서 유대인 공동체의 지속적인 존속을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이 우려해야 할 일이다. 당내에서 터져 나온 완전히 고삐 풀린 반유대주의는, 좌파당이 제1당으로 부상함에 따라 새로운 정치적 차원을 띠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선거 기간 내내 반유대주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짚으며 프로소르 대사는 "개표 당일 축하 파티에서 벌어진 최근 사건들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는 이제 단순한 개별적 일탈이 아닌 구조화된 시스템을 목격하고 있다. 새로운 금기선(레드라인)들이 반복해서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선 축하 파티에서 좌파당 소속 페라트 코착(Ferat Kocak) 의원은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 단체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의 일원이자 저명한 친팔레스타인 활동가인 이브라힘 이브라힘(Ibrahim Ibrahim)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이 포착되었다. 일간지 타게스슈피겔(Tagesspiegel)에 따르면, 그는 10·7 테러의 배후이자 사살된 하마스 수괴 야히야 신와르를 "순교자 영웅"으로 칭송했던 인물이다.
코착 의원은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며 변명하고 "폭력과 테러를 찬양하는 발언과는 거리를 둔다"고 해명했다.
Aus aktuellem Anlass:
— Jüdisches Forum (JFDA e.V.) (@JFDA_eV) September 22, 2026
10. Juni 2025, Berlin: Ferat Koçak hält eine Rede. Einen Meter neben ihm steht Ibrahim Ibrahim, den der Berliner Verfassungsschutz als langjährigen PFLP-Aktivisten führt. Hinter ihm steht Hannah Bruns von der LAG Palästinasolidarität der Berliner Linken, die… pic.twitter.com/3udfprLDyB
그러나 파티 현장에는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악명 높은 레바논계 범죄 조직의 수장 이사 렘모(Issa Remmo) 역시 참석했던 것으로 사진을 통해 확인되었다. 좌파당은 처음에 어떠한 연관성도 부인했으나, 코착 의원과 해당 범죄 조직 두목의 아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거짓임이 드러났다. 렘모의 아들은 코착과 자신이 "우리의 목표를 위해 함께 싸운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생존권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코착 의원은 "존재할 권리를 가진 것은 인간이지 국가가 아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지난 6월 좌파당은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의 작전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9월의 한 유세 행사에서는 래퍼가 무대에 올라 "얄라 얄라 인티파다(자, 어서 봉기하라)"와 "IDF(이스라엘 국방군)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자신의 곡 '제노사이드를 멈춰라'의 일환으로 테러 단체 PFLP를 찬양하는 가사를 부른 래퍼 '다합플렉스(Dahabflex)'의 공연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선거 승리를 가로막지는 못했다.
베를린 시장 유력 후보이자 좌파당의 대표 후보인 엘리프 에랄프(Elif Eralp)는 이후 해당 공연을 규탄하며 "폭력과 살인을 선동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책임자들이 즉각 개입했어야 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선거 직후 이네스 슈베르트너(Ines Schwerdtner) 좌파당 공동대표는 "이스라엘 정부와 군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주의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며 반유대주의 의혹을 부인했다.
그녀는 "반유대주의라는 실재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스라엘 정부와 군대를 비판하는 것 역시 가능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는 독일 내의 실제 반유대주의 및 유대인 혐오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요제프 슈스터(Josef Schuster) 독일 유대인 중앙협의회 회장은 좌파당이 반유대주의와의 투쟁에서 그 어떤 신뢰성도 지니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선거 유세 무대에서 사람들의 죽음을 공공연하게 요구했던 정당이 선거의 승자로 부상했다는 사실은 나를 깊이 우려스럽게 만든다. 지금까지 이에 대한 어떠한 인적·정치적 책임도 뒤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당내에서는 이 문제에 반발한 주요 인사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브란덴부르크주 정부의 반유대주의 대책관은 니더작센주 좌파당 청년 지부의 반이스라엘 결의안과 당내 괴롭힘을 이유로 당직을 사퇴했다.
뷔트너(Büttner) 대책관은 성명을 통해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 내 신념을 배신하지 않고서는 계속해 나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반유대주의자들이 연루된 행사가 버젓이 열리거나 옹호되는 상황에서, 유대인 사회와 함께 서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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