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죽음의 방폭 대피소’에서 한 커플을 지켜낸 이스라엘 영웅의 부친, 그들의 결혼식 ‘케투바(유대 전통 혼약서)’ 직접 디자인해
유대 전통 혼약서(케투바), 상실과 회복력, 그리고 새로운 시작의 상징을 한데 엮어내다
아네르 샤피라(Aner Shapira)는 2023년 10월 7일 비무장 상태로 하마스 테러리스트들과 청년들로 가득 찬 방공호 입구 사이에 홀로 서 있던 모습이 영상에 담긴 후 이스라엘에서 용기의 상징이자 널리 알려진 이름이 되었다.
스물두 살의 음악가이자 비번 군인이었던 그는 맨손으로 방공호 안으로 날아드는 수류탄을 하나씩 집어 밖으로 되던졌다. 오랫동안 그는 여덟 번째 수류탄에 목숨을 잃기 전까지 7개의 수류탄을 막아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4월 유족에게 전달된 이스라엘군(IDF) 조사 결과 약 10개 이상의 수류탄을 되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어머니 시라 샤피라(Shira Shapira)는 지난봄 이스라엘 '채널 7'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RPG(로켓추진유탄)에 맞아 한쪽 손을 잃은 뒤에도 수류탄 2개를 더 밖으로 던져냈다"고 전했다.
당시 그 방공호 안에는 노바 음악 축제 참가자 27명이 빽빽하게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중 16명이 숨졌고, 7명이 생존했으며, 4명이 가자지구로 인질로 끌려갔다. 생존자 중 한 명인 지브 아부드(Ziv Abud)는 당시 연인이었던 엘리야 코헨(Eliya Cohen)이 505일 동안 억류되어 있는 내내 그의 석방을 위해 앞장서 왔다.
이번 주, 두 사람은 샤피라의 희생이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를 기리는 결혼식을 올렸다. 건축가이자 삽화가인 샤피라의 아버지 모셰(Moshe)는 오늘날 이스라엘을 상징하게 된 상실, 회복력, 갱신의 상징들을 엮어 이들의 '케투바(ketubah, 유대교 결혼 계약서)'를 직접 디자인했다.
샤피라의 어머니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아부드와의 케투바 제작 계획이 2024년 5월 프랑스에서 열린 아네르 추모 조형물 제막식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엘리야가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던 당시, 모셰는 지브에게 "엘리야가 돌아와 당신들이 결혼하게 되면 내가 케투바를 디자인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엘리야는 무사히 돌아왔고 두 사람은 약혼했으며 케투바 제작 작업이 시작됐다.
샤피라의 어머니는 케투바에 담긴 그림을 이렇게 묘사했다. "빛이 뿜어져 나오는 방공호, 엘리야의 귀환을 촉구하는 시위에서 지브가 입었던 드레스들, 노바 축제의 텐트, 이스라엘 남부의 아네모네 꽃, 아미트(Amit)를 추모하는 스티커, 그리고 물론 석류도 담겼다." (히브리어로 '리몬'이라는 단어는 석류와 수류탄을 모두 의미한다.) "하지만 그 수류탄이 아니라 생명의 상징인 석류 열매를 뜻한다."
샤피라의 어머니가 언급한 시위는 코헨의 억류 사실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아부드가 펼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차례의 활동이었다. 이스라엘의 밸런타인데이에 해당하는 2024년 '투 베아브(Tu B’Av)' 당시, 아부드는 해변 산책로에서 촛불을 켠 채 붉은 실크 드레스를 입고 코헨의 인질 포스터 맞은편에 홀로 앉아 그의 석방을 호소하는 식사를 연출했다. 이 장면에 감동받은 시민들의 반응이 담긴 영상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또 다른 영상에서 아부드는 인질의 상징색인 노란색 드레스에 인질들의 사진을 꽂은 채 포스터를 들고 이스라엘 거리를 걷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억류 기간 동안 코헨은 자신이 트럭 짐칸에 실려 끌려가는 동안 다른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아부드가 남아 있던 방공호 안으로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기 때문에 그녀가 살아남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자유를 되찾은 이후 그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회고록 '무파와다트: 하마스 억류 505일(Mufawadat: 505 Days in Hamas Captivity)'을 출간했다. 협상을 뜻하는 아랍어인 '무파와다트'는 포로 생활 그 자체이자 석방의 기회를 대변하는 단어가 되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코헨의 저서에 묘사된 '무자비한' 육체적·정신적 학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억류자들이 자신의 '내면의 빛'까지 빼앗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유대인 학살 사건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새로운 삶을 일궈가며 이를 가능하게 해준 이들의 기억을 이어가는 가운데, 그 빛은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