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보이콧 압박에도… 아일랜드 축구대표팀 ‘막판 투표’ 거쳐 이스라엘전 치르기로
수주간 이어진 거센 보이콧 압박 끝에 아일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단이 투표를 거쳐 경기에 출전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일요일 저녁 예정된 이스라엘과의 UEFA 네이션스리그 경기가 정상 진행된다.
그러나 골키퍼 개빈 바주누(Gavin Bazunu)는 이스라엘전에 나서는 대신 대표팀 소집을 거부하고 전격 하차했다.
명목상 이스라엘의 홈경기로 치러지는 이번 경기는 아일랜드 축구 팬, 시민사회 단체, 저명 스포츠·연예계 인사, 선출직 정치인들의 경기 거부 요구가 빗발친 가운데 헝가리 데브레첸의 너지에르데이 스타디움(Nagyerdei Stadium)에서 중립 경기 형식으로 열린다.
이번 결정은 팀의 훈련 일정을 파행으로 몰아넣고 격렬한 논쟁으로까지 번졌던 몇 시간 동안의 마라톤 토론 끝에 내려졌다.
아일랜드 축구협회(FAI)는 토요일 성명을 통해 보이콧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선수단 투표를 통해 경기 출전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바주누 골키퍼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선수단 내부에서 추가 논의가 벌어졌고, 결국 대표팀은 그라운드에 서겠다는 결정을 재확인했다.
앞서 유럽축구연맹(UEFA)은 아일랜드 대표팀에 정규 배정된 경기를 거부할 경우 막대한 재정적 징계가 부과될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와 공동 개최할 예정인 202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8)를 비롯해 향후 국제 대회 출전 자격에 치명적인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스라엘 축구 관계자들은 와이넷(Ynet)과의 인터뷰에서 시노 조아레츠(Shino Zoaretz) 이스라엘 축구협회장이자 UEFA 집행위원이 토요일 아일랜드의 보이콧 소문이 확산되자 유럽 축구 지도부를 설득해 단호한 조치를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만약 FAI가 심각한 징계 없이 경기를 거부하도록 허용되었다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UEFA와 FIFA가 러시아를 퇴출시켰던 것과 유사하게 이스라엘 역시 유럽 축구 무대에서 영구 퇴출되는 수순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이스라엘 축구 관계자는 와이넷에 "자칫 걷잡을 수 없이 굴러가 결국 우리가 유럽 축구계에서 쫓겨나는 결말로 끝날 뻔했다"며 "정말 천만다행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데이비드 코렐(David Courell) FAI 최고경영자는 토요일 선수단이 보이콧 논란 끝에 출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주누의 전격 하차 결정 이후 일부 선수들은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혹은 경기 출전 결정을 재고해야 할지를 두고 추가 논의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출전에는 동의했으나 아일랜드 선수들은 경기장 안에서 항의의 뜻을 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선수들은 검은색 완장을 착용하고 일부 사전 의전 행사에 불참할 예정이다. 또한 복수의 선수들이 경기 전후 관례적인 미디어 인터뷰 의무 면제를 요청했다.
선수단은 경기 종료 후 이스라엘 선수들과의 악수나 페넌트 교환, 단체 사진 촬영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친팔레스타인 메시지가 적힌 셔츠 착용이나 이스라엘 국가 연주 중 뒤돌아서기 등의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행위는 전통적으로 프로토콜과 스포츠맨십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간주되지만, 일요일 경기를 앞두고 공식적인 제재나 규탄 조치는 발표되지 않았다.
경기를 앞두고 헤이미르 하들그림손(Heimir Hallgrimsson) 아일랜드 대표팀 감독은 자신의 팀이 "제노사이드와 함께 뛰는 것이 아니라 제노사이드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아, 이스라엘 축구협회로부터 "어리석음과 무지, 위선"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요일 경기는 아일랜드 원정 팬의 입장이 전면 금지되고 소수의 이스라엘 팬만 입장이 허용된 채 사실상 텅 빈 관중석에서 치러진다.
양 팀은 오는 10월 4일 세르비아 바치카 토폴라(Bačka Topola)에서 다시 맞붙는다. 해당 경기는 공식적으로 아일랜드의 홈경기이나, FAI 측이 무관중 경기를 요청함에 따라 관중 없이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