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미국·이스라엘 관료 겨냥한 ICC 관계자들에 추가 제재 단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과 선임 재판 검사를 상대로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겨냥한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ICC의 수사와 체포영장 발부에 맞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조치다.
미 국무부는 일본 국적의 아카네 도모코(Tomoko Akane) ICC 소장과 세네갈 국적의 압둘라예 세예(Abdoulaye Seye) 선임 검사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이들이 미국 사법 관할권 내에 보유한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도 차단된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권한을 악의적으로 남용하고 관할 범위를 넘어선 부패하고 치명적으로 정치화된 초국가적 법정"이라며 "국가 주권에 대한 ICC의 침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ICC 설립 조약인 '로마 규정(Rome Statute)' 당사국이 아니다. 그러나 ICC는 비회원국 국민과 관련된 특정 상황에서도 관할권이 성립한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아울러 가자지구 무력 충돌과 관련된 전쟁범죄 및 인도에 반한 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모두 ICC의 관할권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에 대한 혐의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미국의 제재 조치를 환영하며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ICC가 "인민재판식 엉터리 법정(kangaroo court)"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루비오 장관을 향해 "ICC의 불법적인 권한 남용에 맞선 단호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ICC가 미국의 주권을 위협하고 미국인을 기소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압박 조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7월 미 법무부는 미국 정부가 ICC의 권한에 동의한 바 없다며 자국민에 대한 ICC의 관할권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ICC는 이번 조치에 대해 즉각 반발하며 "공정한 사법 기관의 독립성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ICC는 이번 제재로 인해 소속 재판관 18명 중 9명을 비롯해 차장검사 2명, 전임 수석검사, 직원 1명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관과 검사, 직원을 겨냥한 제재는 "법치를 훼손"하며 국제 범죄 피해자들의 사법 정의 실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ICC는 이러한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로마 규정에 따라 독립적인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ICC를 무력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외교적 공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7월 루비오 장관은 미국의 외교 캠페인 이후 차드, 베네수엘라,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 등 5개국이 ICC 탈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로마 규정상 탈퇴는 공식 통보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즉시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도 ICC 회원국 지위 재검토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ICC와 지지국들은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국제 사법 기구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