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치권, 반이스라엘 영화 ‘NAZA’ 감독들 일제히 맹비난… 문화부 장관은 ‘반역죄’로 시민권 박탈 촉구
'민주당'(The Democrats) 지도부 인사들, 영화 제작진 옹호 나서
이스라엘군이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활용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고의로 대량 살상했다고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자(NAZA)’와 그 자국인 제작진을 향해 이스라엘 정계와 군 지도부가 일제히 전례 없는 강력한 규탄을 쏟아냈다.
영화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직후, 미키 조하르(Miki Zohar·리쿠드당) 문화부 장관은 공동 연출자인 라헬 쇼르(Rachel Shor)와 유발 아브라함(Yuval Avraham)을 향해 "반역죄"라고 직격하며 이들의 이스라엘 국적(시민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공식 요구했다.
좌우 이념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정파가 영화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면서, 지난 수년간의 거시적 안보 정책과 이스라엘 국방군(IDF)을 향한 지지에는 광범위한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다만 원내 좌파 진영인 민주당(The Democrats)의 일부 고위 인사들은 영화의 내용 자체를 옹호하지는 않으면서도,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제작진을 엄호하고 나섰다.
시놉시스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나자’는 "가자지구 내 대량 살상 이면의 메커니즘"을 파헤치며, 이스라엘군 장병 및 장교 24명의 증언을 토대로 제작됐다. 영화 제목인 ‘나자(NAZA)’는 군사 작전 시 발생하는 '부수적 피해'를 뜻하는 히브리어 군사용어 약칭 '네제크 아가비(nezek agavi)'에서 유래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실은 영화의 주장이 "완전한 허위"라며 공식 반박했다. 군은 특히 약 500명의 민간인 사망이 예상되는 타격 작전을 군이 계획하거나 승인했다는 주장에 대해 "군이 그와 같은 규모의 민간인 사망, 혹은 이에 근접하는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타격을 계획하거나 승인하거나 실행한 적은 결코 없다"고 정면 부인했다.
월요일 오전 전직 이스라엘군 정보장교(예비역)인 아미하이 아탈리(Amichai Atali) 역시 103FM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단일 타격으로 500명의 비전투원이 다칠 수 있다는 식의 숫자는 복무 평생 본 적도 없다"며 "국가의 평판을 깎아내리고 싶더라도 최소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하르 문화부 장관은 오전 성명을 통해 관계 당국자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 의무 위반 및 적과의 협력 혐의를 적용해 제작진의 이스라엘 국적 박탈 가능성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자료들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그 배후는 누구인지, 입수 및 유포 과정에서 전시 중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하르 장관은 "표현의 자유가 국가를 배신할 면허는 아니다. 전시 중에 이스라엘을 상대로 행동하는 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디 아이젠코트(Gadi Eisenkot)와 나프탈리 베넷(Naftali Bennett) 전 총리 등 주요 야권 인사들 대다수가 영화를 규탄한 가운데, 좌파 정당인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들은 조하르 장관의 성명을 비판하며 창작자들을 옹호했다.
민주당 비례대표 순번 22번이자 중진 정치인인 모시 라즈(Mossi Raz)는 쇼르와 아브라함에게 "중요한 영화를 만든 데 대해 축하를 보낸다"며 "동의하지 않을 자유는 전적으로 정당하지만, 그들의 창작할 권리—어쩌면 의무—를 존중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순번 6번인 가비 라스키(Gaby Lasky)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고 밝히면서도 "창작자들을 향한 폭력적인 담론은 중단되어야 하며, 고통의 현실 속에서 마땅히 던져져야 할 가치관적 질문을 제기하는 창작 행위를 침묵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순번 5번인 야야 핑크(Yaya Fink)는 두 감독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빗대며 "영화감독의 국적을 박탈하겠다면, 수년간 하마스에 자금을 대주고 지도부 제거를 거부한 자들에게는 무엇을 적용해야 하는가? 그의 집무실에 있던 카타르 대리인들에 대한 처벌은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현역 예비군인 핑크 역시 "복잡한 전장에서 테러리스트를 타격하기 전 거치는 군사적 승인 절차에 대한 일주일간의 이스라엘군 교육을 최근 이수했다"며 "교육의 상당 부분이 비전투원의 피해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 그리고 각 타격마다 요구되는 다단계 인간 승인 절차를 다뤘다"고 증언했다.
그는 "최소한 군의 체계적인 차원에서는 타격해야 할 대상만을 치고 무고한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고위 인사들까지 광범위하게 관여하고 있다"며 "전장에서 예외나 실수가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것이 군에서 실제로 가르치고 요구하는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총선에서 원내 1당 등극이 점쳐지는 야샤르(Yashar)당 대표이자 전 군 총참모장인 아이젠코트는 "왜곡되고 일방적인 그림을 제시하며 고향을 지키는 전사들에게 도덕적 비난을 퍼붓는 것은 도덕적 맹목이자 현실과의 괴리"라고 직격했다.
국가통합당(청백당) 대표인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은 "이스라엘군은 최고 수준의 도덕적·법적 기준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있다. 전직 총참모장이자 국방장관으로서 이를 명백히 증언할 수 있다"며 "이러한 기본적 이해조차 결여된 이들은 계속 소설이나 쓰면 된다"고 꼬집었다.
투게더(Together)당 대표인 나프탈리 베넷 전 총리는 X를 통해 "우리가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목숨을 바치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며 깊이 감사한다"며 "그들을 ‘집단학살’의 가해자로 묘사하는 것은 용기 있는 예술이 아니라 비겁한 피의 모독(혈제 음모론)"이라고 비판했다.
신생 '이스라엘 민족' 당의 순번 2번 요세프 하다드(Yoseph Haddad)는 두 감독에 대해 "국제 상을 타는 공식이 이스라엘군을 비방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수 분 동안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의 국가 이미지가 입을 타격은 어떠한가? 그들에게 그것이야말로 그저 '부수적 피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아브라함 감독은 2025년 3월, 남부 헤브론 언덕 마사페르 야타(Masafer Yatta)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퇴거 조치에 맞서는 주민들의 투쟁을 다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공동 제작 영화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로 아카데미상(오스카)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