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10·7 기상 후 3시간 동안 안보 수뇌부 안 만나… 일정표 공개에 거센 비판 직면
정적·희생자 및 인질 가족, 네타냐후의 ‘말과 행동의 괴리’ 맹비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보고를 받은 뒤 약 3시간 동안 군 참모총장과 통화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목요일 공개되면서, 정치적 정적들은 물론 인질 가족과 참사 희생자 유족들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 뉴스(Kan News)의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참사 당일 오전 6시 29분에 공격 사실을 보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전 9시 45분경 상황 평가 회의가 열릴 때까지 헤르지 할레비(Herzi Halevi) 당시 IDF 참모총장과 단 한 차례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주 공개한 영상에서 안보 당국자들이 자신이 즉각적인 전면 공세와 확전을 지시할 것을 우려해 밤사이에 자신을 깨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그들은 내가 공군을 출격시키고 전군을 동원해 국경 철책에 접근하는 자는 누구든 즉각 사살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며 "그래서 그들은 '이는 하마스와의 공격이나 교전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는 지난 일요일 공개된 영상에서도 "그들이 나를 깨웠더라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0월 7일 참사 생존자, 유가족, 전직 인질들로 구성된 단체인 '10월 평의회(October Council)'는 당시 상황에 대한 네타냐후의 이러한 설명을 강력히 규탄했다.
평의회는 성명을 통해 "오늘 아침 우리는 더 가혹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장장 3시간 동안 참모총장과의 통화조차 요청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성명은 이어 "그 세 시간 동안 우리 아이들, 부모들, 형제자매들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며 "그들은 대대 지휘소에 숨어 피를 흘리며 구조를 요청했고, 군과 국가가 구하러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총리는 이미 깨어 있었고 온 나라가 불타고 있었는데도 그는 참모총장과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총리가 즉시 '군을 동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평의회는 "이제 본질은 누가 네타냐후를 언제 깨웠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이스라엘 국민들이 학살당하고 납치되는 그 순간, 이스라엘 총리가 잠에서 깬 직후부터 과연 무엇을 했는가가 진짜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평의회는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거듭 촉구하며 "이 3시간은 결코 사소한 각주 따위가 아니다. 생과 사를 가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시간이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이 진실을 묻어버리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바로 이 3시간이라는 공백 때문에 우리는 독립적인 국가조사위원회를 반드시 출범시켜야 한다"며 "네타냐후가 입맛대로 임명하는 위원회나 그가 좌우하는 조사가 아니라, 분 단위로 낱낱이 파헤칠 국가조사위원회여야 한다. 누가 알고 있었는지,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누가 지시를 내렸고 누가 내리지 않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소중한 이들이 여전히 살아 있었을 때 국가는 왜 그곳에 그들을 구하러 오지 않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일 아침 크파르 아자(Kfar Aza) 키부츠에서 동생 알론을 잃은 요나탄 슈메리즈(Yonatan Shmeriz)는 하마스에 맞서 싸우던 이들이 정부의 늑장 대응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크파르 아자 비상대응팀 소속 14명의 영웅들은 수십 명의 테러리스트에 맞서 홀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쏟으며 사투를 벌이면서도, 왜 자신들이 몇 시간 동안 고립되어 싸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1시간의 교전 끝에 훌륭한 친구들이 전사했고, 내 남동생을 포함해 살아남은 이들은 군과 국가는 대체 어디에 있느냐며 절규했다."
슈메리즈는 "'그들이 나를 깨웠더라면'이라며 변명만 늘어놓는 베냐민 네타냐후는, 정작 잠에서 깨어난 이후 위기 상황을 수습하는 것만 빼고 온갖 딴청을 피우느라 바빴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가디 아이젠코트(Gadi Eisenkot) 전 IDF 참모총장이 이끄는 '야샤르!(Yashar!)' 당은 해당 일정표에 대해 "국가 역사상 가장 엄중했던 위기의 순간에 그가 보여준 리더십의 부재와 무능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명백한 증거"라고 날을 세웠다.
당은 성명을 통해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핑계를 아무리 지어내 퍼뜨리고, 그와 측근들이 '나를 깨우기만 했더라면'이라는 한심한 여론 조작으로 역사를 뜯어고치려 한들 단순한 진실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결정적인 진실의 순간, 네타냐후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야이르 골란(Yair Golan) 민주당 대표 역시 해당 일정표가 참사 당일 아침 총리의 "무능하고 실패한 대처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직격했다.
골란 대표는 참사 당일 아침 하마스의 위협에 맞서 민간인을 구출하기 위해 가자 인근 지역으로 직행했던 자신을 두고, 네타냐후의 부인 사라 네타냐후가 사전에 공격 계획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음모론성 주장을 펼친 것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사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채널 14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높은 계급의 군 지휘관이 10월 7일에 참전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른 아침부터 군복을 챙겨 입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채 이미 현장에 가 있었다는 것은 의문"이라며 "총리와 같은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바로 그 시각에 말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골란 대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 마을들을 점령하고 국민들을 살해, 강간, 납치하고 있던 그 시각에 총리가 참모총장과 상식 밖으로 단절되어 있었다"며 "이는 그의 무능하고 실패한 국정 운영을 보여주는 가장 중대한 물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네타냐후와 그 주변 인물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잠에서 깨어나 조국을 위해 싸우러 달려간 이들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전 IDF 10월 7일 참사 자체조사 총괄 책임자였던 오렌 솔로몬(Oren Solomon) 예비역 준장은 갈레이 이스라엘(Galei Israel)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를 향한 이러한 비판이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솔로몬 준장은 "이러한 군사 작전 사안에서 총리의 역할은 사실상 크게 중요하지 않다. 현장 상황은 참모총장과 군 지휘부가 주도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도록 맡겨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할레비 참모총장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더 일찍 연락을 취했어야 했느냐는 질문에 솔로몬 준장은 "아니다. 참모총장은 군사 작전을 지휘하고 지침과 명령을 하달하는 데 전념해야 마땅했다"고 덧붙였다.
총리실이 공개한 일정표에 따르면 국경선을 빈틈없이 전면 봉쇄하라는 명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안보 수뇌부 간의 아침 브리핑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내려졌다.
많은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이번 일정표 공개는 참사 당일 아침 국가 안보 체계의 초기 대응이 왜 그토록 지연되었는가에 대한 해소되지 않는 의구심만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