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행정부, 국제형사재판소(ICC) 전면 제재안 착수… ‘초강경 카드’ 만지작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을 제한하고 법원과의 대부분의 거래를 금지할 수 있는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요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된 조치들은 개별 판사나 검사 개인이 아닌 ICC 기관 자체를 직접 겨냥할 예정이며, 6~7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ICC가 미국 달러화로 이뤄지는 거래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 보도는 미 정부 당국자들과 월스트리트저널이 검토한 문건들을 인용했다. 로이터 통신은 해당 보도의 사실 여부를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행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UNGA) 기간이나 그 직후에 이 제재 조치를 최종 확정하거나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움직임은 2024년 11월 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후 격화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ICC 공세가 한층 더 고조되었음을 보여준다.
행정부는 이미 여러 ICC 고위 관계자들에게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지난 8월 미 재무부는 아카네 도모코(Tomoko Akane) ICC 소장과 압둘라예 세예(Abdoulaye Seye) 수석 공판검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은 이에 앞서 카림 칸(Karim Khan) 전 ICC 수석검사와 다른 법원 관계자들에게도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칸 전 검사는 성 비위 혐의가 불거진 끝에 지난 7월 ICC 회원국들에 의해 검사직에서 해임되었다. 칸은 해당 혐의를 부인해 왔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ICC를 거듭 비판해 왔다. 지난 8월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권한을 악의적으로 남용하고 위임 범위를 넘어선 부패하고 치명적으로 정치화된 초국가적 사법기구다. 우리는 국가 주권을 침해하는 법원의 행태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ICC가 로마규정 당사국이 아닌 미국과 이스라엘을 포함한 비회원국 관리들을 기소함으로써 월권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모두 ICC 회원국이 아니며, 자국민에 대한 ICC의 관할권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이 문제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주 유엔 총회 연설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는 일정과 맞물려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뉴욕 시장은 이스라엘 총리가 뉴욕을 방문할 때 ICC의 네타냐후 체포영장이 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맘다니 시장은 월요일 그레이시 맨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뒤에도 이러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맘다니 시장은 CNN에 "베냐민 네타냐후에 관해서라면, 나는 내가 믿는 바 그대로 그를 묘사해 왔다. 바로 전쟁 범죄자이자 팔레스타인 민족을 향한 끔찍한 제노사이드의 설계자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네타냐후 체포영장에 대해 맘다니 시장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 그리고 오늘 우리가 대화를 나눈 것은 우리 정치에 대한 신뢰이자 책임성에 대한 믿음이기 때문에 그 영장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국제형사재판소가 법률 위반을 이유로 누군가를 체포할 타당한 대상이라고 판단했다면, 그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고 말할 자격이 우리에게 어디 있겠는가? 모든 사람이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매우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맘다니 시장은 시장으로서 자신이 네타냐후를 직접 체포할 법적 권한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맘다니 시장과의 회동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ICC나 네타냐후의 체포영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영토에서 체포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한 바 있다.
ICC는 2002년 로마규정에 따라 설립되었으며 집단학살(제노사이드),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 및 침략 범죄 혐의를 받는 개인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상설 국제법원이다. 법원은 개별 국가의 사법 시스템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최후의 법원'을 표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