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의 유엔 일정표는 누가 채웠나: 이스라엘 외교 노선의 현주소
유엔 총회(UNGA) 연설을 위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짧은 뉴욕 방문 일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 단위로 쪼개진 이번 방문에서 그가 만난 정상들의 면면은 최근 이스라엘 외교의 보다 거시적인 흐름, 즉 전통적인 강대국 중심 외교가 아닌 '상호주의(reciprocity)'에 기반한 실리 외교로의 전환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총리실(PMO)은 네타냐후의 출국에 앞서 "방문 기간 중 수많은 세계 정상들이 총리와의 회담을 요청했으나, 촉박한 일정과 초막절(수콧) 시작 전 귀국해야 하는 일정으로 인해 일부 정상들과의 만남만 조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보안상의 우려와 현지 시위까지 겹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뉴욕에 체류한 시간이 궁극적으로 단 6시간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의 빡빡한 일정에 오른 회담 중 특히 눈에 띈 것은 중남미 4개국 정상들과의 만남이었다. 그는 이 지역 내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맹방 중 한 명인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가졌다. 밀레이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슬람 테러리즘과 아프리카 내 기독교인 학살에는 침묵하면서 유독 이스라엘을 겨냥해 거듭 부당한 조치를 일삼는 유엔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네타냐후와 밀레이는 양국 간 실질적 협력과 함께, 총리가 표현한 "중남미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이스라엘 전략적 긍정 변화" 및 이삭 협정(Isaac Accords)의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영상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밀레이 대통령의 "탁월한" 경제적 돌파구를 치하하고 "진실의 편에 선 용기"를 높이 평가하며, "우리는 정의와 진실을 말하는 공통된 유산을 공유하고 있기에 당신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파라과이, 파나마, 볼리비아 대통령과 다자 회담을 갖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지하고 "국제 무대에서 이스라엘의 곁을 굳건히 지켜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중남미 국가들을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이 주도하는 테러 요소에 맞선 싸움의 중요한 파트너"로 규정하며, 정상들에게 국제형사재판소(ICC) 탈퇴를 적극 독려했다.
불과 며칠 전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엘라(Abelardo de la Espriella) 대통령 치하의 콜롬비아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진행 중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이스라엘 제소 건에 대한 개입을 공식 철회했다. 콜롬비아는 전임 구스타보 페트로 정권 당시인 2024년 4월 해당 소송에 가담한 바 있다. 그러나 새 행정부는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즉각 복원하고 관계 강화에 착수했으며,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공식 인정했다.
목요일 콜롬비아는 이란 정권과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국제 테러 및 '마약 테러' 조직들 간의 유착 혐의를 지목하며 이란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전격 선언했다. 성명은 인권 탄압, 중동 분쟁 지역 외 국가들에 대한 공격,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적 사찰 방해 등도 단교의 주요 사유로 적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유엔 총회 막간에 만난 또 다른 정상의 국가인 슬로베니아에서도 유사한 외교적 관계 역전이 전개되었다. 네타냐후는 야네즈 얀샤(Janez Janša) 총리에게 류블랴나에 이스라엘 대사관이 처음 개설된 것을 축하하며, 얀샤 정부가 "양국 관계의 극적인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고 치하하고 이스라엘 방문을 공식 초청했다.
그리스와의 회담에서는 이미 확장 일로에 있는 전략적 파트너십에 초점이 맞춰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Kyriakos Mitsotakis) 총리와 만나 그리스의 이스라엘산 방산 시스템 도입, 에너지 협력, 그리고 키프로스와의 3자 정상회담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주의는 양방향으로 철저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달 초 기드온 사아르(Gideon Sa’ar)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영국 정부가 서안지구(유대 및 사마리아)와 관련된 무역 제재를 발표하자 이에 맞서 일련의 대응 조치를 단행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주재 영국 총영사관의 폐쇄를 명령했고, 키럇 갓의 국제 가자 지원 센터(IGSC)에서 영국 대표단을 퇴출시켰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보안군에 대한 영국의 훈련 지원을 중단시켰다. 아울러 반유대주의 및 반이스라엘 활동에 가담한 영국의 선출직 공직자들과 일부 국민들의 이스라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역시 '반이스라엘' 조치들에 대한 맞대응으로 IGSC 참여가 금지된 상태다.
네타냐후의 짧았던 뉴욕 방문 몇 시간은, 이스라엘과 연대하고 가까워지는 정부와는 협력을 극대화하되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국가들에는 실질적인 외교적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이스라엘의 분명한 상호주의 원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