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약탈한 그림, 유대인 상속인들에게 반환된 뒤 4,200만 달러에 낙찰
나치가 네덜란드의 유대인 가정에서 약탈한 러시아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그림이 이달 초 런던에서 열린 경매에서 약 4,200만 달러에 낙찰됐다.
‘다채로운 삶(The Colorful Life)’이라는 제목의 이 1907년 걸작은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던 네덜란드계 유대인 기업가 에마누엘 레벤슈타인과 헤드비히 레벤슈타인 바이어만이 1927년에 구입한 작품이다. 나치에 의해 약탈된 이후 1972년 독일 바이에른주립은행(Bayerische Landesbank)이 이 작품을 인수했으며, 이후 약 50년 동안 독일 뮌헨의 렌바흐하우스 미술관(Lenbachhaus Museum)에 장기 대여돼 전시됐다.
이 그림은 독일의 독립 자문위원회가 반환을 권고한 이후 2023년 레벤슈타인 가문의 상속인들에게 돌아갔다.
6분간 치열한 입찰 경쟁이 벌어진 끝에 이 작품은 수수료를 포함해 3,156만 파운드(약 4,200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는 예상 낙찰가인 1,800만~2,500만 파운드(약 2,390만~3,320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가로 약 1.6m, 세로 약 1.3m(약 5.3피트 × 4.3피트) 크기의 이 작품은 칸딘스키의 예술적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기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1866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칸딘스키는 1928년 독일로 이주했지만, 5년 뒤 나치가 바우하우스의 폐쇄를 강요하자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다. 그는 색채에 대해 독특한 생각과 감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각각의 색이 자신만의 신비로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다. 또한 러시아 민속회화의 비사실주의적 표현 방식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칸딘스키는 19세기 사실주의와 인상주의에서 추상미술로 나아갔으며, 파울 클레와 함께 추상미술의 선구자가 됐다.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당은 바우하우스 예술·디자인 운동과 같은 아방가르드 양식을 ‘퇴폐적’이며 독일의 전통을 위협하는 것으로 여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러한 예술을 문화적으로 ‘볼셰비키적’이라고 간주했으며, 1933년 유명한 바우하우스 학교를 폐쇄했다.
독일계 유대인 슈테른 가문에서 나치가 약탈한 또 다른 칸딘스키 그림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반 아베미술관(Van Abbemuseum)에 수십 년 동안 전시된 뒤 상속인들에게 반환됐다. 이 작품은 2023년 소더비 경매에서 4,490만 달러에 낙찰됐다. ‘갈색의 발전(Development in Brown)’은 나치가 바우하우스를 폐쇄한 시기인 1933년경 제작된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과 색채 구성은 칸딘스키의 추상미술 양식을 제거하려 했던 나치 돌격대, 이른바 ‘갈색 셔츠단’을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나치는 유럽 전역에서 약 65만 점의 미술품을 약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유대인 소유의 은행 계좌와 기업, 기타 자산도 빼앗았다. 또한 수백만 권의 서적과 필사본, 종교 유물, 가구, 금, 보석류도 압수했다.
EBSCO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나치의 미술품 약탈은 1940년 파리 점령 이후 더욱 심화됐다. 이후 연합군은 ‘모뉴먼츠 맨(Monuments Men)’이라는 전담팀을 조직해 제2차 세계대전 중과 전후에 수천 점의 도난 미술품을 회수했다. 연구자들과 클레임스 콘퍼런스(Claims Conference) 같은 단체들이 수십 년 동안 반환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수십만 점의 미술품과 문화유산이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이거나 원소유주에게 반환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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