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벗어던진’ 여성들, 테헤란 도심서 10km 마라톤 완주… 이슬람 공화국 규율에 정면 도전
지난 주말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다수의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10km 마라톤 대회를 달리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의무적인 머리 덮개 착용을 거부한 참가자들의 대규모 행렬은 정권을 향한 대중의 저항이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징후로 평가받는다.
이번 레이스는 금요일 테헤란의 벨라야트 공원(Velayat Park)에서 열렸으며, 엄격히 규정된 히잡 착용 의무를 거부한 이들의 행보는 여러 군소 언론 매체의 주목을 받았고, 주요 매체 중에서는 알자지라(Al Jazeera)가 이를 보도했다.
이 영상은 수상 경력을 지닌 육상 선수 파리사 아랍(Parisa Arab)이 경기 중 응원과 지지를 보내준 관중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후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에 따르면 33세의 아랍 선수는 국제 대회에 출전해 왔으며, 3년 전 두바이에서 열린 10km 대회에서 34분 46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뛰어난 기량을 갖춘 운동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란 정권의 폐쇄적인 정책 탓에 자국 내에서 사실상 거의 알려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샌프란시스코 마라톤 참가 설문지에서 "나는 3,000m, 5,000m, 10,000m 전국 기록을 보유한 이란의 육상 선수지만, 여성의 성취를 감추는 공공 미디어 정책으로 인해 나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기술했다.
이처럼 많은 여성이 히잡을 벗고 달리기로 한 결단은, 지난해 12월 5일 키시섬(Kish Island)에서 열렸던 유사한 여성 마라톤 대회 이후 주최 측이 사법 처리를 받는 등 거센 비난과 후폭풍이 뒤따랐던 점을 감안할 때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란 현행법상 히잡을 벗는 행위는 여전히 불법이다.
이란의 반체제 인사 마시 알리네자드(Masih Alinejad)는 이란에서 여성들이 자유롭게 달리는 모습을 보며 "꿈이 이루어졌다"고 적었으나, 여성들이 결코 자유로워진 것이 아니며 단순한 저항 행위 하나에도 목숨을 걸고 있는 현실을 간과했다는 지적과 함께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Six months ago, I filmed women running freely in the New York Marathon and dreamed of seeing this in Iran. Today, that dream is coming true. One day, a free Iran will too.
— Masih Alinejad (@AlinejadMasih) September 18, 2026
Four years ago, Mahsa Jina Amini was killed in the custody of Iran’s morality police for wearing… pic.twitter.com/dwS9UJssgm
많은 이들은 이번 대회의 장면들을 '여성, 삶, 자유(Women, Life, Freedom)' 운동과 연관 짓고 있다. 이 운동은 2022년 머리카락이 소량 노출되었다는 이유로 단속된 뒤 구금 중 사망한 마흐사 지나 아미니(Mahsa Jina Amini)의 죽음에 항의하며 수많은 여성이 히잡을 벗어 던지면서 촉발되었다.
알리네자드는 엑스(𝕏)를 통해 "그들은 마흐사의 죽음으로 여성들을 겁박해 침묵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은 사라지기를 거부하는 한 세대의 상징이 되었다"며 "여성의 머리카락을 단속하고, 체포하고, 위협할 수는 있어도, 결코 용기까지 감옥에 가둘 수는 없다"고 적었다.
그녀는 정권이 개혁되고 있으며 여성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란인들은 이러한 자유를 결코 '부여'받은 적이 없다. 이란 여성들은 체포와 위협, 압박 속에서도 히잡을 벗고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슬람 공화국은 히잡 의무 착용을 폐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알리네자드의 엑스 피드에는 복장 규정 단속에 저항한 '죄'로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의 총격을 받아 한쪽 눈에 붕대를 감은 여성과 남성들의 사진이 즐비하다.
금요일 여성 마라톤 대회가 열린 같은 날, 남성 마라톤 대회가 별도로 개최되었으며 특히 혁명수비대가 주도한 대규모 '잔파다얀(Janfadayan-e, '~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자들'이라는 뜻)' 군사 집회가 열렸다. 혁명수비대와 바시즈 민병대원, 그리고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 등 대리 세력 대표단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진이 붙은 관을 앞세우고 행진을 벌였다.
집회에 30만 명이 참가했다는 정권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치 평론가 마흐야르 투시(Mahyar Tousi)는 행진 참가자 수가 매우 초라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무력 과시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투시 평론가는 또한 정권이 강해지기는커녕 "대규모 징집 기피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수많은 이란 시민을 학살한 이후 병력 규모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시마 샤인(Sima Shine) 선임연구원은 생계를 정권에 의존하고 있는 인구가 여전히 많기 때문에 근본적인 체제 변화는 쉽지 않다고 지적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란 출신의 망명 목회자인 레자 소투데(Reza Sotoudeh)는 현지 상황을 "참담하다"고 묘사했다.
소투데 목사는 올 이스라엘 뉴스(ALL ISRAEL NEWS)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지쳐 쓰러져 가고 있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감옥은 시위 참가자들로 가득 차 있다. 매일 4명이 처형되고 있는데 그중 대다수가 미성년자들이다. 대중은 이미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 정권은 실로 악랄하며 무장되어 있다. 과거만큼 강력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하마스, 헤즈볼라를 비롯해 이란 외부의 테러 조직들로부터 전방위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친정부 성향 계정들이 정권의 여성 탄압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자유롭게 달리는 여성들의 이미지를 체제 선전에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리네자드는 정권이 여전히 거리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녀는 "그것이 바로 소위 '개혁'이라는 것의 진짜 민낯"이라며 주장했다.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볼 때, 나는 정부의 허가를 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벽을 깨고 나온 사람을 보는 것이다. 평범한 이란인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정부의 허락을 기다리지 않기로 결단했기에, 아래로부터 변화를 이뤄낸 사회를 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