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향해 달려온 96년: 이스라엘 마겐 다비드 아돔(MDA)의 현장 속으로
이스라엘 건국보다 앞서 존재했던 구호의 손길, 마겐 다비드 아돔
1930년, 당시 건설된 지 20년에 불과했던 신흥 도시 텔아비브에 6명의 창립 주역들이 모였다. 그보다 1년 전 야포(Jaffa)에서 발생한 유대인과 아랍계 이웃 간의 유혈 폭동으로 수많은 유대인이 부상을 입고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이들은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부상자를 의사에게 제때 이송해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바로 ‘구급차’였고, 그렇게 이스라엘의 국가 응급의료·구급 서비스인 ‘마겐 다비드 아돔(Magen David Adom, 이하 MDA)’이 탄생했다.
올 이스라엘 뉴스(ALL ISRAEL NEWS)의 카일라 스프래그(Kayla Sprague) 기자는 람레(Ramleh)에 위치한 MDA 최신 훈련 센터를 방문해 심층 취재를 진행했다. MDA의 참모장이자 기술혁신 책임자인 우리 샤함(Uri Shacham)은 “1930년부터 MDA는 구급차를 운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독립 국가로 건국되기 12년 전인 1936년, 미국 내 유대인 공동체는 이미 모금 운동을 벌여 구급차를 현지로 보냈다. 홀로코스트와 이스라엘 독립전쟁을 거치며 MDA는 나치 수용소에서 해방된 유대인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했고,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조국 수호를 위해 총을 들었던 하가나(Haganah) 대원들을 대상으로 응급 처치 교육을 실시했다.
샤함 참모장은 “이스라엘 국가가 공식 수립되었을 당시, 이 나라에는 이미 체계적인 구급차 서비스와 혈액원이 구축되어 있었다”며 “당시 신생 국가는 재정이 넉넉지 못했고 오늘날과 같은 현대식 이스라엘 국방군(IDF)도 갖추지 못했지만, 마겐 다비드 아돔만큼은 건재했다”고 강조했다.
10월 7일: 보호의 방패였던 유니폼이 ‘표적’이 되다
수십 년 동안 MDA 구급 요원들의 유니폼에 새겨진 붉은 다윗의 별은 분쟁 속에서도 일종의 ‘무언의 휴전’을 상징해 왔다. 샤함은 “그 유니폼은 마치 보이지 않는 방패와 같아서, ‘나는 타인을 돕기 위해 이곳에 있으며 어떠한 정치적·군사적 분쟁보다 위에 있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왔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그 무언의 방패는 무참히 깨졌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한 지 불과 30분 만에 테러리스트들은 의도적으로 MDA 구급 대원들을 조준 사격했다. 가자지구 인근 접경 키부츠에서는 구급차를 향해 대전차 로켓포(RPG)를 발사해 차량을 완파시키고 부상자들의 유일한 생명선을 끊어버렸다.
샤함은 “우리가 입은 유니폼이 더 이상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하며, 오히려 MDA 대원들이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가 초기 단계에서 겪은 가장 큰 충격 중 하나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목숨을 건지기 위해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에서, 구급대원들은 위험을 피해 달아나는 대신 화염을 향해 뛰어들었다.
샤함은 “대원들은 도망치지 않고 불길 속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바로 첫 번째 기적이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두 번째 기적은 스데롯(Sderot) 구급 기지에서 일어났다. 기지 내 안전 지침상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출동을 위해 정문이 자동으로 개방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러나 참사 당일 아침, 정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기지를 습격해 장악하라는 명령을 받고 들이닥친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은 잠긴 철문에 가로막혀 내부로 진입하지 못했다. 덕분에 구급대원들은 생존할 수 있었고, 온종일 방탄 구급차를 몰고 다니며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샤함은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출신과 종교를 초월한 모두를 위한 방패
MDA가 누구를 섬기는 조직인지 묻는 질문에 샤함의 답은 명확했다. “모두를 위한 조직”이라는 것이다. MDA의 구급 인력 구성은 이스라엘의 다문화·다종교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 드루즈인은 물론 세속주의자와 종교인이 같은 구급차 안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근무한다.
그는 “생명을 구하겠다는 확고한 헌신만 있다면 누구나 마겐 다비드 아돔에 속할 수 있다”며 “무슬림과 기독교인, 유대인이 한 구급차에 나란히 타고 출동한다는 이야기는 자칫 농담의 도입부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는 예루살렘의 평범한 아침 근무 교대 풍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교적 신념과 차이를 넘어 다리를 놓고, 가장 본질적인 가치인 ‘생명을 구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의실이 아닌 실전을 대비한 훈련
새로 입사한 대원들은 강의실에 앉아 이론 교육만 받지 않는다. 향후 실전 현장에서 마주하게 될 극한의 응급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환경에서 훈련을 받는다. 훈련용 이동식 집중치료실(MICU) 내부에는 강사진이 각종 외상, 화상, 호흡곤란 등의 임상 상태를 투영해 조작할 수 있는 특수 훈련용 마네킹이 배치되어 있다.
샤함 참모장은 “이스라엘 국민에게 최고 중의 최고가 아닌 그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현장감 넘치는 훈련은 야외에서도 이어진다. 전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MDA는 철거를 앞둔 건물을 섭외해 철거 작업이 시작되기 전 건물 내부에 마네킹을 배치한 뒤 훈련을 진행한다. 그는 “실제 전장에서 무너진 건물을 맞닥뜨렸을 때 그것이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실전 훈련의 목적은 실제 재난 현장에서 겪게 될 심리적 충격을 사전에 압축 경험하게 함으로써 구급대원의 손이 본능적으로 대처법을 찾아 움직이도록 만드는 데 있다. 샤함은 “이렇게 훈련하면 실전에서의 긴장감이 크게 줄어들며,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지하에 구축된 철통 방호 의료 체계
훈련 센터에서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이스라엘 국립 혈액원인 신축 ‘마커스 국립 혈액 서비스 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지상 외관은 평범하지만, 지하 깊은 곳에는 최첨단 연구실과 대규모 혈액 비축용 지하 금고가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다.
샤함은 “평시에는 약 한 달 치의 혈액 저장량을 유지하며, 전시에는 전국적인 헌혈 운동을 통해 비축량을 대폭 늘린다”고 밝혔다.
MDA는 민간 병원뿐 아니라 군에도 혈액을 전담 공급한다. 특히 지난 3년간 부상 장병들을 위해 현장에 전혈(Whole Blood) 공급 체계를 신속히 투입함으로써 전장 사망률을 절반 가까이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샤함은 “이것이 바로 성서의 땅이 나아갈 미래”라고 말했다. 현장 인근에는 차세대 핵심 인프라인 ‘국립 응급센터’ 조감도가 세워져 있었다. 적의 집중적인 미사일 공격 속에서도 지휘 기능이 중단되지 않도록 전면 지하화되는 구급 종합 작전 상황실이다. 그는 “이 시설은 향후 수십 년간 의료적 관점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확고히 책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이렌 소리에 이끌렸던 15세 소년의 성장
샤함 참모장 본인이 MDA와 맺은 첫 인연은 현재 그가 강조하는 숭고한 사명감보다는 다소 소박한 동기에서 출발했다. 15세 시절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원봉사에 지원했던 그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솔직히 15살 소년 눈에는 구급차와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멋있어 보여서 들어왔다. 그러나 현장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이 숭고한 사명과 사랑에 빠졌다.”
그 사랑은 가문의 전통으로 이어졌다. 그의 아내 역시 전직 자원봉사자 출신이며, 두 딸 또한 현재 MDA에서 자원봉사자로 헌신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매년 약 1만 5,000명의 청소년 자원봉사자가 전문 구급요원과 동일한 기준의 엄격한 교육을 수료하고 있다.
참모장으로서 샤함은 현역 구급대원과 자원봉사자를 합친 3만 9,000명의 대원들을 도움이 절실한 환자들과 신속히 연결하는 기술 시스템 전반도 총괄하고 있다. 인근에서 누군가 쓰러졌을 때 퇴근한 변호사, 비즈니스 우먼, 평범한 이웃 주민들의 휴대전화로 ‘현장으로 출동하시겠습니까?’라는 문자 알림이 전송된다.
샤함은 “얼마나 많은 이웃들이 주저 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지 모른다.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라고 감회를 전했다.
국제사회를 향한 감사의 빚
마겐 다비드 아돔이라는 명칭은 유대 전통의 핵심 가르침인 “한 생명을 구하는 자는 온 세상을 구한 것과 같다”는 격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늘 살려낸 어린아이가 훗날 의사, 부모, 혹은 노벨상 수상자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샤함은 “때로 우리의 현장 개입이 겉보기에는 거창한 영웅적 행동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는 한 개인, 한 가족, 나아가 한 국가의 미래를 빚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모든 헌신은 이스라엘 내부의 힘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샤함은 “세계 곳곳의 지원이 없었다면 결코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MDA 자원봉사자들의 실천 원칙인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대하라’는 황금률을 함께 지지해 준 해외 기독교 공동체들의 지속적인 후원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는 “여러분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기에 우리는 단 몇 분 만에 위급 현장으로 달려가 생명을 건져낼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따뜻한 초대의 말을 남겼다.
“이스라엘에 오셔서 마겐 다비드 아돔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시라. 이 땅에서 마겐 다비드 아돔의 손길을 통해 얼마나 놀라운 기적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 경험해 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