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력 5787년(2026~2027년)을 규정할 주요 화두는? 전문가들의 전망
수정구를 들여다보거나 타로 카드를 뒤집지 않고서는 다가올 유대력 한 해가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인들이 5786년을 보내고 5787년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가운데, 올 이스라엘 뉴스(ALL ISRAEL NEWS)는 각계 전문가들을 만나 다가올 한 해를 규정짓고 그 향방을 가를 핵심 현안들이 무엇인지 진단을 들어보았다.
변화하는 레바논 정세와 정권 붕괴 위기에 직면한 이란, 급격히 가속화되는 인공지능(AI) 혁명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이 제시한 핵심 전망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레바논’의 도래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북쪽 국경과 맞닿은 레바논이 새 히브리력 한 해가 끝날 무렵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띨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셰 다얀 센터의 지역협력 프로그램 책임자인 우지 라비(Uzi Rabi) 박사는 레바논의 미래에 대한 헤즈볼라의 거부권(veto) 행사를 점점 더 위협하는 정치적 절차를 방해하려는 여러 시도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라비 박사는 "이 과정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 간의 일종의 협상이며, 현재 막 시작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레바논을 또 다른 무력 충돌로 끌고 가려는 헤즈볼라의 권한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레바논 내부의 정치적 목소리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란은 자국의 테러 대리 세력을 지원할 의사나 능력이 점차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라비 박사는 "레바논 국민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5787년이 완전한 평화나 전면전을 가져오기보다는, 헤즈볼라가 다시금 한계를 시험하고 외교적 노력을 탈선시키려 시도하는 일종의 '통제된 마찰(controlled friction)'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라비 박사는 레바논 정규군(LAF)이 미국이 중재한 합의 틀에 따라 선별된 '시범 구역(pilot zones)'에 배치되었으며, 현재까지 이 합의가 유지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레바논 측에 대화와 협력이 가능한 상대가 존재함을 시사하며, 헤즈볼라가 존속하더라도 결국 무장 민병대에서 순수 정당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그는 설명했다.
라비 박사는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미래에 대한 거부권을 지키기 위해, 즉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60년 전 레바논은 '중동의 스위스'로 불렸다. 라비 박사는 오늘날 레바논이 "불안정의 보루로 기능하지 않고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레바논'을 창출할 기회"를 맞이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인 조너선 콘리쿠스(Jonathan Conricus) 예비역 중령 역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콘리쿠스 전 중령은 "다가오는 새해에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긍정적인 진전이 레바논에서 일어나길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낙관한다"며 "이스라엘의 절제되고 계산된 양보와 더불어 헤즈볼라에 대한 끊임없는 군사적·경제적·정치적 압박, 그리고 헤즈볼라의 주 후원자인 이란 정권의 약화를 통해 역내의 긍정적인 변화를 목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몰락 전망
이러한 전망의 연장선에서 콘리쿠스는 다가올 유대력 한 해 동안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해체와 몰락 역시 가시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대국민 히브리어 신년(로쉬 하샤나) 메시지를 통해 이란 정권의 "끝이 가까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란 정권이 "나약하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고, 흔들리고 있다"고 규정했다.
콘리쿠스는 이란의 정권 전환 단계가 "비교적 온건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고, "대다수 이란 국민에게 정의가 실현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50년 넘게 이란 국민들이 이슬람 신정 체제와 바시즈 민병대, 혁명수비대(IRGC), 울라마(성직자)들에게 억압받아 왔음을 상기시키며, 5787년에는 마침내 이러한 현실이 바뀔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정권의 몰락이 일어날 것으로 보며, 이는 이란 국민 전체와 중동 전역에 강력한 후광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 양상 바꾸고 새 위협 낳는 AI 기술 혁명
새해에 주목해야 할 세 번째 주요 이슈는 급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는 인공지능(AI) 혁명과 그것이 이스라엘 및 전 세계에 미칠 파급력이다.
텔아비브 대학교의 야엘 슈테른헬(Yael Sternhell) 교수에 따르면, 자율형 AI 테스팅 에이전트들이 보안 샌드박스를 뚫고 탈출했던 최근의 오픈AI ‘허깅 사고(Hugging Incident)’는 AI의 미래를 논할 때 "엄청난 의미를 지닌 사건"이다.
슈테른헬 교수는 올 이스라엘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위협으로 변모하는지 목도하기 시작한 시점에 도달했으며, 이러한 사고가 멈출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러한 위협들이 더 심각해지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고, 이는 이 문제가 제대로 공론화조차 되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짚었다.
그는 세계 한편에서 "이 기계들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이스라엘에서도 똑같이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안보포럼(IDSF) 설립자인 아미르 아비비 예비역 준장 역시 이에 동의하며 AI 혁명이 5787년을 규정짓는 결정적인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비비 준장은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으며,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인식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이스라엘 뉴스에 "AI는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며 "앞으로의 전쟁은 AI의 수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이는 전쟁의 양상을 완전히 혁신하고 있으며, 첩보가 분석되고 작전으로 실행되는 속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중심 보도에서 벗어난 '차분한 한 해'에 대한 기대
이러한 모든 사안이 5787년 주요 뉴스를 장식할 것으로 보이고 AI 혁명은 이스라엘 국경을 훨씬 넘어선 전 세계적 과제이지만, 콘리쿠스는 다가올 해에는 다른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바로 전 세계 뉴스가 항상 이스라엘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이다.
콘리쿠스는 "이스라엘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에 국제 언론이 비정상적이고 거대하며 환상적일 만큼 쏟아붓는 관심에 매번 놀란다"며 "이스라엘을 향한 관심이 적정 수준으로 조정되어 우리가 덜 주목받기를 바라며, 반유대주의나 호기심, 증오, 지지 등 그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극도로 강력한 현미경 아래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 이스라엘이 국제 뉴스 헤드라인에서 거의 벗어난 적이 없었던 만큼, 5787년의 가장 좋은 결실 중 하나는 한층 조용하고 차분한 한 해가 되는 것일 수 있다는 취지다.
콘리쿠스는 "적어도 1년 동안만이라도 우리에게 일말의 숨돌릴 틈(휴식)이 주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