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페인 이스라엘 대사, 스페인 장관의 ‘강에서 바다까지’ 발언 맹비난
다나 에를리히(Dana Erlich) 주스페인 이스라엘 대리대사가 마드리드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강에서 바다까지 자유 팔레스타인"을 외치고 이스라엘이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한 시라 레고(Sira Rego) 스페인 청소년·아동부 장관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해당 행사는 파디 엘후세이니(Fadi Elhusseini) 주스페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특사와 함께 진행되었다.
레고 장관은 스페인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통상 및 외교 관계 단절을 촉구하는 한편, 유럽연합(EU)을 향해 이스라엘과의 제휴 협정(Association Agreement) 효력을 정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가자지구 내 전쟁 범죄 혐의와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게 발부한 체포영장을 스페인이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에서 바다까지(From the river to the sea)"라는 구호는 전 세계 반이스라엘 시위에서 상투적으로 사용되는 표어다. 이스라엘 영토가 지중해와 요단강(조던강) 사이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은 이 구호를 유대인 국가의 영토적 말살을 노골적으로 촉구하는 절멸 선언으로 규정해 왔다.
에를리히 대리대사는 스페인 국가 자체와 레고 장관 개인을 엄격히 구분하며 그녀의 반유대주의적 행태를 직격했다.
에를리히 대사는 소셜미디어 𝕏(옛 트위터)을 통해 "스페인은 반유대주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 장관은 반유대주의자다"라고 썼다. 이어 고위 공직자의 이러한 혐오 발언이 양국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스페인 내 유대인과 이스라엘인을 향한 적대감과 폭력을 부추긴다고 경고했다.
마드리드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역시 공식 성명을 내고 레고 장관의 발언을 이스라엘을 향한 적대감을 일상화하는 "혐오 발언(hate speech)"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대사관은 "스페인 정부의 현직 각료가 주권 국가의 존재 권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명백히 부당하다"고 천명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군 당국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 사이에 은밀히 침투해 암약하는 하마스 테러 조직에 맞서 싸우면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조치를 취해왔다며, '제노사이드'와 '전쟁 범죄' 주장을 일관되게 일축해 왔다.
스페인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기습 학살 이후 유럽연합 내부에서 이스라엘을 가장 거칠게 비판하는 국가 중 하나로 부상했다.
스페인은 이번 주 유엔 총회(UNGA)에서 진행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기조연설 당시 회의장 집단 퇴장을 단행하며 연설을 보이콧한 소수 서방 국가 중 하나였다.
2025년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 스페인 총리는 서방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 작전을 공개적으로 "제노사이드"라고 규정했다.
산체스 총리는 당시 스페인 의회 토론에서 "우리는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국가와는 거래하지 않는다. 결코 하지 않는다. 사실과 다른 주장들이 나왔을 때 우리가 무엇을 논하고 있는지 얼마 전 이 단상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2024년 5월, 이스라엘 민간인을 상대로 자행된 10·7 참극이 발생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스페인은 아일랜드, 노르웨이와 함께 팔레스타인 국가를 일방적으로 공식 승인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러한 결정이 홀로코스트 이후 단 하루 동안 유대인이 당한 가장 끔찍한 학살에 대해 보상을 안겨주는 꼴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 조치가 중동의 평화로운 '2국가 해법'을 진전시키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급진 좌파 성향의 욜란다 디아스(Yolanda Díaz) 제2부총리가 공개적으로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었던 이스라엘 카츠(Israel Katz)는 디아스 부총리의 발언을 맹비난하며 그녀를 이스라엘의 파멸을 공언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나 하마스 수뇌부와 다를 바 없다고 직격했다.
카츠 장관은 "하메네이, 신와르, 그리고 스페인의 욜란다 디아스 부총리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소멸과 강에서 바다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테러 국가의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에르네스트 우르타순(Ernest Urtasun) 스페인 문화부 장관 역시 이스라엘을 겨냥한 보이콧을 주장하며, 이스라엘 예술가와 기관들이 스페인 문화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페인 유대인 사회 지도자들은 이러한 각료들의 언동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스라엘을 향한 편견을 일상화하고 정당화해 궁극적으로 반유대주의의 선을 넘어서게 만드는 위험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외교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자 스페인은 지난 3월 주이스라엘 대사를 본국으로 전격 소환했으며, 이스라엘 역시 마드리드 주재 자국 외교 사절의 직급을 격하시키며 맞대응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