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IDF), 가자지구 전쟁범죄 조사 결과 발표… ‘힌드 라잡 사건’ 형사 수사 착수, ‘WCK 오폭 사건’은 종결
조사 결과, 형사 수사 2건·징계 절차 2건 착수 및 1건 종결 처리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 중 발생한 위법 행위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거센 압박을 받아온 이스라엘군 군검찰(MAGC)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 참사 이후 처음으로 주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교전 수칙 위반 의혹과 관련된 150여 건의 조사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타이 오피르(Itay Offir) 군검찰총장(소장)과 검찰단이 작성한 이번 보고서는 군 지휘 체계 외부에 독립적으로 설치된 '합참 사실조사 평가 메커니즘'의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해당 기구는 현재까지 약 150건의 사건 조사를 마친 뒤 군검찰로 넘겨 검토를 받도록 했다.
19일 발표된 보고서는 구호요원, 의료진,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과 연관된 5대 주요 사건에 초점을 맞췄다. 조사 결과 형사 수사 개시 2건, 징계 처분 2건, 내사 종결 1건의 처분이 내려졌다.
특히 전 세계적인 공분과 비판을 불렀던 두 사건이 포함되었다: 국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구호요원 7명 오폭 사망 사건과 가자지구 어린이 힌드 라잡(Hind Rajab) 사망 사건이다. 라잡의 이름은 이후 해외를 여행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을 상대로 '집단학살' 혐의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하는 단체의 명칭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2024년 4월 1일, 이스라엘군은 구호 차량 행렬을 향해 사격해 WCK 구호요원 7명을 오폭해 숨지게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WCK는 군과의 사전 조율 없이 무장 민간 경호원들을 고용했고, 이들이 군에 미확인 무장 적대 세력으로 분류되는 현장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현장 부대가 호송 차량에 탑승한 경호원과 WCK 관계자들을 하마스 테러범으로 오인하는 등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음을 인정했다.
보고서는 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WCK 관계자들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30분의 결정적 시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고, 그사이 현장 지휘관들은 입수 가능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비극적인 사고였으나 당시의 판단 오류가 징계 사유에는 해당하되 형사 처벌 대상인 범죄에는 이르지 않는다는 헤르지 할레비(Herzi Halevi) 전 참모총장의 결정을 유지하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당시 군은 이 사건과 관련해 고위 장교 2명을 보직 해임하고 다른 영관급 장교 3명에게 서면 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페니 웡(Penny Wong) 호주 외교장관은 이번 종결 결정에 대해 호주 정부가 "분노하고 있다"고 밝히며 당시 목숨을 잃은 WCK 소속 자국민 조미 프랑콤(Zomi Frankcom)을 환기했다. 웡 장관은 캔버라와 예루살렘의 외교 관계가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2024년 1월 29일에는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 힌드 라잡을 포함한 하마다 일가 9명이 숨졌다.
오피르 소장은 추가 사격을 지시하기 전 응급 구조대의 도착 여부를 감시·확인해야 할 책임이 있던 현장 장교들에게 최소한 중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부대가 군이 공지한 피란 경로의 "역방향으로 주행"하며 접근하던 하마다 일가의 차량을 식별한 뒤 초기 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조사 결과를 검토한 끝에 적신월사 구급차 이동 조율 과정에서 과실이 드러남에 따라, 군사경찰(헌병대) 수사를 통해 사건을 추가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은 형사 수사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추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번 보고서에 이어 후속 조사 결과들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발표는 이스라엘이 자국군에 제기된 의혹 조사를 지나치게 지연시키고 있다는 여러 국가 정부와 인권 단체들의 비판 속에 이뤄졌다.
아울러 이번 조사는 이스라엘이 자국 군대의 위법 행위를 자체적으로 엄정하게 조사할 수 있는 사법 역량을 갖추고 있으므로 국제형사재판소(ICC)나 유엔 등 외부 기구의 개입이나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세 번째 조사는 2025년 3월 23일 라파 텔술탄 지역에서 부상자 구조를 위해 이동하던 소방관, 응급구조대원 및 유엔 연계 인력 등이 오폭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사망자 15명 중 6명은 사후 조사에서 하마스 연계 인물로 밝혀졌으나, 현장 지휘관들이 피격 차량에 무관한 일반 민간인도 탑승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 사건 역시 형사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2025년 4월 국제적신월사 구급대원들이 오폭으로 사망한 사건도 다뤘다. 연루된 장교 여러 명이 이미 보직 해임되었으며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이번 중대 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작전상 교훈을 도출하고 유사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자 면밀한 검토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인명 손실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한다. 국제기구와의 투명성과 대화 원칙에 따라 지금까지 수집된 조사 결과를 유엔과 공유했다"며 "사전 조율을 강화하고 교훈을 적용해 향후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제단체들과 지속해서 협력해 나가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검찰 보고서에는 국경없는의사회(MSF) 요원들을 상대로 한 두 건의 오인 사격 사건에 대한 조사 내용도 포함됐다.
첫 번째 사건은 2023년 11월 18일 가자시티에서, 두 번째 사건은 2024년 2월 20일 칸유니스에서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MSF 요원들의 사망 원인이 간접 사격(도비탄 등 파편)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어 내사 종결됐다.
보고서는 발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조사가 진행된 특수한 안보 상황을 강조했다.
군검찰은 현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길고 복잡한 전쟁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엄중한 전시 상황 속에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자체 조사 결과 발표가 이스라엘 대중에게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외교적 입지를 지키고 ICC 등 국제기구의 제재를 차단하며 이스라엘에 핵심적인 군사·경제·외교적 지원을 제공하는 서방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독립된 사법 체계를 갖춘 법치 민주주의 국가로서 이스라엘은 법치를 수호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파멸을 꾀하는 무장 테러 단체들과의 참혹한 전쟁 중에도 군 내부의 위법 행위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들은 이스라엘 법 집행 시스템의 견고함과 완전한 투명성 및 책임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