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하레디 유대인들, 반유대주의 폭력 급증 속 이스라엘 호신술 ‘크라브마가’ 배운다
영국 런던에서 반유대주의 증오 범죄와 신변 안전에 대한 불안이 지속적으로 고조되는 가운데, 전직 이스라엘 방위군(IDF) 출신 군인이 런던의 하레디(초정통파 유대교) 공동체를 대상으로 이스라엘 현대 호신술인 '크라브 마가(Krav Maga)'를 가르치며 주목받고 있다. 하레디 특유의 종교적 생활 방식을 온전히 존중하면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어 수단을 전수하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성장해 18세에 이스라엘로 알리야(이민)한 케이난 다비드(Keinan David)는 군 복무 중 크라브 마가를 습득했다. 현재 런던에 정착한 그는 하레디 공동체의 문화와 규율에 세심하게 맞춘 피트니스·무술 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호신술 훈련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비드는 "내가 런던 거리를 걸을 때는 평범한 행인과 다를 바 없어 아무도 유대인임을 알지 못하지만, 독특한 복장을 갖춘 하레디 유대인들은 반유대주의자들의 손쉬운 표적이 된다"며 "나의 목표는 그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레디 사회의 모든 특수성과 미묘한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완전히 하레디 맞춤형으로 특화된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며 "그들에게 다가가 호신술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기술을 익히게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변화와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점점 커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아공 유대인 공동체 내부의 사립학교에서 성장한 다비드는 어린 시절 반유대주의를 겪을 일이 거의 없었으나, 현지의 치안 불안과 범죄 문제에 대한 우려로 이스라엘 이주를 결심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사회 적응 과정에서 무술 훈련을 통해 심신을 치유한 그는, 아내의 전역 후 연고가 있던 런던으로 건너와 민간 보안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유대인 전용 피트니스 클럽을 열었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하레디 유대인들을 수련생으로 모집하는 과정에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접근법이 요구됐다.
다비드는 "마케팅과 브랜딩 등 모든 면에서 그들의 공동체에 세심하게 맞춰야 했다"며 "'공격성'을 풍기는 표현은 일절 배제하며, 오해를 살 수 있는 '호신술'이라는 단어조차 거의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신 그는 건강, 신체 단련, 자기 절제력, 그리고 자신감 함양에 초점을 맞췄다. 주요 수련생은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어 부모가 걱정하는 아이들이나, 넘치는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할 통로가 필요한 청소년들이다. 그는 "수련 과정에 대대적인 체력 단련을 접목하면서 실질적인 방어 기술을 훈련시키지만,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홍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테러 이후, 하레디를 포함한 런던 유대인 사회 전반에서는 경계심과 신변 안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한층 높아졌다.
다비드는 "분명한 의식 변화가 감지된다"면서도 "종교 생활에 방해받기를 원치 않아 여전히 주변의 위협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이들도 적지 않으며, 바로 그런 이유로 내 도장에 발을 들이지 않을 이들도 일정 비율 존재한다. 하지만 눈에 띄는 외형 탓에 명백한 표적이 되고 있는 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이들에게 스스로를 지킬 최소한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런던 내 일반 체육관이나 무술 도장의 분위기가 적대적으로 변한 점도 유대인 전용 공간의 필요성을 키웠다. 일반 체육관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거친 언사를 마주하거나, 팔레스타인 셔츠를 입은 이들과 나란히 운동해야 하고, 가자지구를 위한 모금 행사를 접하게 되면서 많은 유대인이 일반 시설을 기피하고 공동체 중심의 훈련장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도 다비드는 자신의 도장이 타인을 향한 적대감으로 물들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하고 있다.
그는 "'테러리스트와 싸우자'는 식의 호전적인 분위기를 풍기거나 반유대주의를 끊임없이 화두로 올리지 않는다"며 "수업이 실용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동체 내에 불안감이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유대인으로서의 삶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다"며 "회당에 출석하고, 거리에서 키파를 착용하며, 자녀들을 유대인 학교에 계속 보낼 것이다. 그 주변에 훨씬 강력한 보안 인력이 배치되겠지만, 우리는 공공장소를 포함한 그 어디에서도 유대인의 정체성과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