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구시가지를 걷고 있는 기독교 순례자들. (사진: ALL ISRAEL NEWS)
올해 140명이 넘는 이스라엘 유대인 자원봉사자들이 예루살렘 구시가지(Old City)를 걷는 기독교 성직자들과 방문객들을 위한 ‘보호 동행(protective presence)’ 활동을 펼치기 위해 자신들의 초막절(수콧) 연휴 일부를 반납했다.
초막절(Feast of Tabernacles)은 유대교 3대 순례 절기 중 하나로, 수천 명의 유대인 순례자들을 예루살렘으로 불러 모은다. 동시에 기독교 사제, 수녀, 수도사 및 순례객들 역시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 교회와 여러 성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의 길은 평화롭게 교차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기독교 성직자들을 향해 침을 뱉거나 괴롭히는 행위, 십자가와 기독교 표식을 훼손하고 교회 안내 표지판 위에 스티커를 덧붙이는 등의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의 배후에 있는 이들은 극소수의 과격 분자에 불과하지만, 유대인 학자이자 기독교-유대교 관계 전문가인 이스카 하라니(Yisca Harani)는 먼발치에서 이를 규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해 기독교 성직자 및 순례객들의 곁에서 함께 걷도록 했으며, 구시가지 전역에 흩어져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방하고, 발생 시 이를 채증하여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다.
올이스라엘뉴스(ALL ISRAEL NEW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하라니는 수년 전부터 침 뱉기 현상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우리는 기독교인들에게 매우 거룩한 길인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십자가의 길)에 서 있다”며 “침을 뱉는 문제는 수년 전부터 지속되어 왔지만, 지난 3년 동안 나는 이를 단순한 일탈이 아닌 하나의 구조적 현상으로 공식 기록하고 당국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왜 침을 뱉는가?
기독교 성직자나 상징물 주변에 침을 뱉는 행위는 예루살렘에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부 유대인들은 이를 기독교에 대한 경멸이나 거부의 몸짓으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는 유대 율법(할라카)에서 결코 요구하는 바가 아니며, 유대교 지도자들 역시 이러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해 왔다.
중세 및 근대 초 유럽의 일부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은 자신들을 박해하던 기독교 다수 사회의 우상숭배적 신념에 대한 상징적 거부의 표현으로, 알레이누(Aleinu) 기도시 ‘허무함’이라는 단어를 낭송할 때 침을 뱉는 관습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 관습은 히브리어 언어유희를 반영한다. ‘침’을 뜻하는 ‘로크(רוק, rok)’는 ‘비어 있음’을 뜻하는 ‘레익(ריק, reik)’과 발음이 유사하다. ‘로크’는 고대 성서 히브리어 동사 ‘라카크(רקק, raqaq - 침을 뱉다)’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현대 히브리어 동사 ‘리로크(לירוק, lirok - 침 뱉다)’의 어원이기도 하다. ‘로크’와 ‘레익’의 연관성은 공통의 어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발음의 유사성과 연상 작용에 기초한 것이다.
자원봉사자의 시각
봉사자 중 한 명인 나르디 그룬(Nardy Grun)은 세속적 인본주의 랍비이자 구시가지에서 정기적으로 투어를 이끄는 공인 가이드다.
그룬은 이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목격해 왔으며 마땅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룬은 “예루살렘 구시가지, 특히 구시가지 내의 기독교인들이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회들이 공격당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교회 앞에서 침을 뱉는 것이 주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십자가를 착용하고 자전거를 타다가 페퍼 스프레이 공격을 당한 9세 아르메니아계 소년의 최근 사건을 언급했다.
“세속 인본주의 랍비로서 나에게 이런 일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예루살렘과 구시가지에 이런 행동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억제하고 멈추게 하기 위해 보호 동행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그룬은 자원봉사를 하는 동안 직접 목격한 사건은 비교적 적었지만, 기독교인들을 향해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붓는 수많은 영상을 온라인에서 보았다고 전했다. 한편 근무 중 한 10세 소년이 바닥에 침을 뱉는 것을 보고 직접 다가가 훈계하기도 했다.
그룬에게 이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개별 사건을 막는 것 그 이상이다. 그는 “우리는 자유로운 나라를 원하며, 모든 이가 자신이 믿는 바에 따라 자유롭게 예배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종파나 종교, 문화에 관계없이 누구나 두려움 없이 구시가지를 걸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두려움 없이 조화를 이루고 협력하는 모습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독교인의 관점
사제 서품을 준비하며 예루살렘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기독교인 에라스트 아무리(Erast Amuli)에게 자원봉사자들의 존재는 단순한 치안 확보를 넘어선 훨씬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아무리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목표라는 점에서 이 자원봉사는 매우 중요하다”며 “비록 차이점이 존재할지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최소한 서로를 존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장려되는 바와 같이 기독교인들도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유대인들 역시 자유와 존중 속에서 자신들의 종교를 실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는 예루살렘에서 유대인과 기독교인 사이에 형성된 유대가 이미 공동 축하 행사나 서로의 전통을 배우는 기회 등 가시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오해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배우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손님들의 도시
하라니에게 이번 활동은 초막절 기간이었기에 더욱 각별했다.
하라니는 유대인들이 광야 시절을 기억하며 절기 전통에 따라 짓는 임시 초막을 언급하며 “내게는 거대한 수카(초막)가 있다”고 말했다.
“그곳은 너무나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서, 수카 안에 머물지 못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면서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루살렘 자체가 모두가 손님으로 초대받은 거대한 수카이며, 우리는 그들을 내 수카에 모신 손님처럼 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라니는 이것이 자원봉사자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기독교인들이 괴롭힘을 두려워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환영받는 손님으로서 예루살렘 거리를 거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루살렘에 대한 비전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시민사회의 열정과 동력이 결코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이 도시는 모든 이를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다. 광인들과 극단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자석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 자석과 쇠붙이의 결합이 끊어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내가 완전한 낙관주의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의 의무와 사명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한 희망의 메시지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