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공격으로 아내와 아들, 한쪽 다리 잃은 생존자 아비다 바하르, 재건의 길 선택
이스라엘 키부츠 베에리 – “베에리는 95%가 천국이고 5%가 지옥입니다.”
평생을 고향인 키부츠 베에리에서 살아온 아비다 바하르는 이렇게 말했다.
“그 5%의 지옥은 10월 7일, 단 12시간 동안 찾아왔습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공동체들을 침공한 이후, 키부츠 베에리는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됐다. 푸르른 농업 공동체였던 이 키부츠는 하마스 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로 알려지게 됐다. 수백 명의 테러리스트가 울타리를 뚫고 침입해 수 시간 동안 주민들을 상대로 참혹한 학살을 자행했다. 이로 인해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102명이 숨지고 30명이 납치됐으며, 건물 130채가 파괴됐다.
그럼에도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전역의 다른 마을과 도시로 대피했던 많은 주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가자지구가 여전히 눈에 보이는 거리에서 살아가며 그날의 기억과 마주하겠다는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이스라엘 가자 인접 지역의 키부츠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복구를 추진하며 각기 다른 재건 단계에 있다. 키부츠 베에리 주민들은 10월 7일 피해를 입은 주택들을 모두 철거하기로 투표로 결정했다. 다만 그날의 참상을 기억하기 위한 주택 한 채만은 보존하기로 했다.
바하르는 죽음과 패배의 그림자가 자신들의 삶을 좌우하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것을 철거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봐’라고 말하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모든 것을 다시 짓고 싶습니다. 베에리를 더 강하게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베에리의 농업 관리자인 바하르는 한때 70채가 넘는 주택이 들어서 활기찬 주거지역을 이루었던 부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이곳에는 각각 36채와 42채의 주택으로 구성된 새로운 주거지역 두 곳이 들어설 예정이다. 내년 여름 건설 사업이 완료되면 약 800명의 주민이 돌아올 계획이다. 공격 이전 이곳에 살았던 주민은 1,100명이었다.
바하르는 3년 전 10월 7일 자신의 가족이 겪은 참극에도 베에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집이라는 건물이 아니라, 우리의 보금자리”다.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바하르와 그의 가족은 그날 집 안에서 공포와 극심한 고통 속에 10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은 결국 가족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주변 주거지역이 약탈당하고 불타는 동안, 바하르 가족도 대부분의 다른 가족들처럼 수많은 테러리스트가 안전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그는 “아름답고 완벽한 가족, 아름답고 완벽한 공동체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0월 7일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라고 말했다.
키부츠 외곽 도로에 서서 자신의 집이 있던 곳을 가리킨 바하르는 “우리 집은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두 가구가 사는 주택이었고, 당시 집에는 네 명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에게는 자녀가 네 명 있습니다. 하지만 한 명은 인도에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서안지구에서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테러리스트들이 집에 침입했을 때 바하르는 아내 다나와 함께 있었다. 그와 15세 아들 카르멜은 안전실 문이 열리지 않도록 붙잡고 있었고, 당시 13세였던 딸 하다르는 여행가방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은 문을 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문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총격을 당한 사람은 카르멜이었다. 그의 팔은 어깨 부위에서 날아갔다.
이어서 총탄이 바하르의 다리를 관통했다. 그는 여전히 문손잡이를 붙잡은 채 바닥에 피가 고이는 모습을 지켜봤고, 팔에도 총을 맞은 뒤 안전실 안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은 방 안으로 침입하는 대신, 가족들이 연기를 피해 밖으로 나오도록 집에 불을 질렀다.
바하르는 “그들의 방식은 먼저 총을 쏘고, 불을 지른 다음, 도망치려 하면 다시 총을 쏘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어요”
짙은 연기가 안전실 안으로 밀려들자 가족들은 수건을 피와 소변에 적셔 입을 가린 채 숨을 쉬며 버텼다. 그러나 가족들이 밖으로 뛰어나오지 않는 것을 본 테러리스트들은 창문을 폭파하려 했다. 하지만 창문이 걸려 움직이지 않았고, 이들은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대신 테러리스트들은 창문을 통해 수류탄을 던졌다.
바하르는 “다나가 그 수류탄을 집어 밖으로 던졌습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 후 수류탄 세 개가 더 들어왔습니다.”
기적적으로 수류탄들은 방 안이 아수라장이 되는 과정에서 생긴 홈에서 폭발했고, 파편은 위쪽으로 튀어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바하르는 “그래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때 하다르가 ‘그건 진짜 수류탄이 아니에요’라고 말했습니다.”
바하르는 딸에게 물었다.
“네가 진짜 수류탄이 뭔지 어떻게 알아? 너는 겨우 13살이잖아.”
하다르는 대답했다.
“제 다리에서 나사들을 하나씩 빼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해도 가족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자 테러리스트들은 창문 틈으로 총을 발사했다.
출혈이 거의 없었고 아무런 사전 징후도 없던 상황에서 다나가 말했다.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어요.”
가족들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의아해하는 사이 다나는 “이제 끝났어요”라고 말한 뒤 숨을 거뒀다.
바하르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중에 다나의 시신을 수습한 구급대원은 바하르에게 총탄이 다나의 갈비뼈를 관통해 내부 손상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출혈이 거의 없었고 몸에도 외상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를 혼자 두지 마세요!”
32년을 함께한 아내를 잃은 바하르는 딸 하다르에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한 가지 임무가 있어. 카르멜을 살려야 해.”
그들은 지혈대를 더욱 단단히 조였다. 그러나 그날 오후 4시 30분경 카르멜은 아버지를 바라보며 마지막 소원을 말했다.
바하르는 아들의 말을 이렇게 회상했다.
“저를 묻을 때 서핑보드와 함께 묻어주세요.”
눈앞에서 어머니와 오빠가 모두 숨진 상황에서 하다르는 아버지에게 애원했다.
“저를 혼자 두지 마세요!”
하다르는 끔찍한 상황이 이어지는 내내 경찰에 적극적으로 전화를 걸고 가족 및 이웃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제 바하르의 상태도 악화되고 있었다. 심각한 출혈과 연기 흡입, 처참하게 손상된 다리 때문에 그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이른 저녁이 돼서야 군인들이 베에리에서 생존자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구조대원들은 다리 부상 때문에 바하르를 부서진 창문 밖으로 빼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오후 7시경 그는 구급차에 실렸고, 그날 밤 늦게 수술을 받았다.
다음 날 의사는 바하르의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자신들이 갇혀 있던 안전실 밖에서 10월 7일 베에리 전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이후 어떤 전쟁이 이어졌는지를 하나씩 파악하는 데는 그 뒤로도 며칠이 더 걸렸다.
바하르는 슬픔과 낙관이 뒤섞인 인터뷰에서 “저는 살해된 사람들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저는 이곳으로 돌아와 제 보금자리를 다시 일굴 것입니다”
이제 바하르는 삶을 바라보는 새롭고도 복잡한 시각을 갖게 됐다. 슬픔을 감당하고 의족을 착용한 채 걸으면서도 삶을 최대한 충실하게 살아가고, 베에리에 다시 정착하며, 여러 단체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삶이다.
이 비극들은 바하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놓았다. 그는 살아남은 가족들과 함께 현재의 순간을 살아가며 희망을 붙잡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이 여전히 가자지구에 있다는 사실에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그는 “그들은 그곳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그들을 몰아내지 않으면 우리는 죽게 될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그들이 훌륭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다만 이곳이 아니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농업 관리자로 일했던 바하르는 과거 키부츠 농장에서 가자 주민들을 고용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그들에게 평화의 다리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0월 7일, “그들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히 보여줬습니다. 저는 이제 그들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저를 죽이려 합니다”라고 말했다.
바하르는 이 문제가 종교가 아니라 땅에 관한 문제라고 믿는다. 10월 7일 희생자들 가운데 그의 이웃인 전 인질 엘리 샤라비의 아내와 딸들처럼 살해된 기독교인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들은 우리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땅을 빼앗고 싶어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정치적 견해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베에리 주민 대부분은 한 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바하르는 “이곳은 제 고향입니다”라고 말했다.
“저는 이곳으로 돌아와 제 보금자리를 다시 일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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