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반(反)이스라엘’ 시위 재점화에도… 모로코-이스라엘 관계는 외려 강화 추세
유대인 국가와의 외교 관계 단절을 촉구하는 모로코 내 반이스라엘 시위가 다시 불붙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로코와 이스라엘 양국은 양자 관계를 한층 심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달 초 모로코와 이스라엘은 양국 관계를 격상하고 대사를 공식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나세르 부리타(Nasser Bourita) 모로코 외무장관, 기드온 사르(Gideon Sa’ar) 이스라엘 외무장관, 그리고 마이크 왈츠(Mike Waltz) 주유엔 미국 대사는 모로코-이스라엘 국교 정상화 6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뉴욕에서 회동을 가졌다. 모로코는 이스라엘과의 경제적 협력 관계 또한 더욱 공고히 다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반발은 모로코 내에서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정부의 관계 강화 결정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타트 소재 하산 1세 대학교의 정치학자 야스민 하스나위(Yasmine Hasnaoui)는 "관계 정상화에 반대하는 시위는 늘 있어 왔다"고 짚었다.
하스나위 교수는 "모로코 당국은 그러한 시위들을 강제로 막아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로코가 외교적 노선을 바꿨는가? 모로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았다. 모로코 스스로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안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로코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모로코 수도 라바트의 반이스라엘 시위대는 "국민은 정상화의 파기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마라케시의 시위대 역시 "대사도 없고 대사관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팔레스타인 지지 및 정상화 반대를 위한 모로코 전선'의 무아즈 알-하즈리(Moaz al-Hajri) 전국 조정관은 라바트의 메흐디 벤 바르카(Mehdi Ben Barka) 가로 이스라엘 연락사무소가 이전한 것을 두고 "모로코 국민과 순교자 메흐디 벤 바르카의 기억을 모욕하는 명백한 도발"이라고 규탄했다.
벤 바르카는 모로코 독립기 당시 국왕의 권력 제한을 요구하다 1965년 파리에서 의문의 실종을 당한 저명한 야당 지도자다. 이스라엘 언론 보도들은 과거 모사드가 모로코 정보요원들의 그의 추적을 지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보수 이슬람주의 정당인 정의개발당(PJD) 역시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비록 2020년 라바트 당국이 예루살렘과 국교를 맺을 당시에는 PJD가 정부를 이끌고 있었으나, 이후 야당으로 돌아선 뒤로는 강경한 반대 노선으로 돌아섰다.
하스나위 교수는 "그들은 정상화에 반대하며, 정권을 잡고 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여러 차례 이를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며 "정부가 최근 양국 관계를 공식 격상하고 대사관을 개설한 조치에 맞서 거리 시위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서사하라 문제와 관련한 국가 주권의 본질까지 건드리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거리 시위와 정치권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모로코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광범위한 국가적 전략 이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스라엘-모로코 관계 전문가 에이나트 레비(Einat Levi)는 양국 유대의 결속력이 정당 정치를 훌쩍 뛰어넘는다고 강조했다.
레비 전문가는 더 미디어 라인(The Media Line)과의 인터뷰에서 "모로코-이스라엘 관계는 정당 정치보다 훨씬 광범위한 차원에 단단히 닻을 내리고 있다"며 "국왕과 모로코 국가 최고위층이 이끄는 전략적 방향성을 반영하며, 오랜 역사적 유대와 공동의 이익, 그리고 공유된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구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국교 정상화 합의의 일환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은 분쟁 지역인 서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영유권 주장을 공식 인정했다. 동시에 모로코는 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공개 지지해 왔다.
지역 개발 기구인 MENA2050을 이끌고 있는 엘리 바르-온(Eli Bar-On) 전 이스라엘 고위 관료는 미국이 모로코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발전과 유지에 결정적인 가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바르-온 전 관료는 "여러 면에서 이는 이스라엘, 모로코, 미국의 3자 관계였다"며 "이스라엘과 모로코 모두 미국과 매우 강력한 동맹을 맺고 있으며, 그것이 이 양자 관계의 핵심 기둥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레비 전문가는 외교 관계 격상을 환영하면서도 양국 정부가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양자 협정 이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외교적 모멘텀은 영원하지 않다"고 경고하며 "지금의 과제는 이미 달성한 기반 위에 성과를 쌓아 올리고, 무엇보다 관계 정상화 이후 체결된 수많은 협정에 실질적인 알맹이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제 입증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주 부리타 외무장관은 논란이 되고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를 옹호하는 한편, 유대·사마리아(서안지구) 병합과 관련된 이스라엘의 일부 제안들을 비판했다. 그는 또한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잔혹 테러에 UNRWA 직원들이 직접 가담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뒤, UNRWA의 자국 내 활동을 불법화하는 입법 조치를 단행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