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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이후 대규모 문화적 변화에도 이스라엘 정치권 교착 상태 지속

 
이스라엘의 한 주택 외부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초상과 “네타냐후는 모두를 위해 싸웠다”라는 문구가 담긴 선거운동 깃발이 걸려 있다. (사진: 이사마르 마타/AIN)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주도 학살과 이후 이어진 전쟁으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이스라엘의 정치 지형은 여전히 깊이 양극화돼 있다. 국가 전체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을 겪고도 유권자들은 대체로 그 이전에 속했던 정치 진영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이스라엘 유권자들은 10월 27일 투표에 나설 예정이다. 현직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을 노리고 있으며, 여러 야당 지도자들은 그를 교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당 지도자들 가운데 현재 네타냐후를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은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IDF) 참모총장으로 보인다.

10월 7일 사건과 이후 이어진 전쟁이 유권자들의 마음속에 중요한 문제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예루살렘에 본부를 둔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가 9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권자의 68%는 투표 대상을 결정할 때 10월 7일을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IDI의 이번 조사를 수행한 연구팀을 이끈 공공문제 전문가 타마르 헤르만은 유대전신통신(JTA)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유권자들이 10월 7일 사건을 겪고 정치적 견해를 바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래 속해 있던 정치 진영에 더욱 깊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7일 공격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물론 이 사건은 사회 전체에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사람들이 어느 정당에 투표할지를 결정하게 만들까요? 저는 의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실은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 사람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건에 대한 해석입니다. 핵심 질문은 각자가 어떤 해석을 받아들이느냐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이스라엘 국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10월 7일 당시의 실패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그러나 네타냐후가 당시 총리였고 지금까지도 이러한 실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이 같은 사실들이 유권자들의 네타냐후 지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10월 7일 당시 책임 있는 위치에 있었던 다른 정부 당국자들과 정보기관 수장들, IDF 고위 장교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임했다.

네타냐후는 이달 초 발생한 플라이두바이 1973편 납치 시도 사건을 둘러싼 보안 실패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 역시 유권자들의 지지에 타격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헤르만은 JTA에 “반네타냐후 진영은 10월 7일을 정치적 쟁점으로 삼아 사람들에게 상기시키려 합니다… 이들은 네타냐후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설득하려고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대편에서는 ‘왜 지금인가?’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새 정보가 지금 공개되는 것은 네타냐후를 축출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라고 말했다.

헤르만은 10월 7일 이전부터 존재했던 문화적 쟁점들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의 미래에 대한 비전, 이스라엘의 유대적 정체성이 무엇이며 얼마나 두드러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민주주의 체제와 양립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 주요 언론들이 발표한 여론조사들은 현재 네타냐후와 아이젠코트 어느 쪽도 개표 이후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경우 90일 뒤 또다시 선거가 치러지거나, 소수정부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120석으로 구성된 크네세트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하려면 최소 61명의 의원으로부터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네타냐후가 이끄는 중도우파 블록도, 아이젠코트가 이끌 것으로 가정되는 ‘변화 블록’도 독자적으로 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유인이 충분히 강하다면 양측 블록에 속한 정당들이 진영을 바꾸도록 설득될 가능성도 있다.

두 아랍 정당은 어느 블록에도 속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며, 선거 봉쇄선을 넘을 가능성이 있는 다른 정당들 역시 어느 쪽을 지지할지 확약하지 않은 상태다.

바르일란대학교 정치학과의 일라나 슈파이즈만 선임강사도 이스라엘의 대부분 정치세력이 정책 계획이나 정당 강령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개탄했다. 그는 JTA에 이들이 오히려 상대 진영을 국가를 재앙으로 몰아넣을 괴물이나 무능력한 사람들로 묘사해 유권자들에게 두려움을 심으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의 정치학자 기드온 라하트도 이에 동의하며, 이번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10월 7일에 대한 책임 문제보다는 정체성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논쟁이 [10월 7일에 대한] 책임 문제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적으로 정체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종교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일부의 경우 미즈라히[동방계]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네타냐후에게 투표할 것입니다. 반대편도 마찬가지입니다. 네타냐후가 이번 전쟁에서 정말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많은 세속주의자나 아슈케나지계 사람들은 결코 그를 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정치는 인물 중심적 성격이 매우 강하고, 양극화가 심하며, 포퓰리즘적 성향도 강합니다… 그리고 정체성 정치는 이러한 유형의 정치와 매우 잘 결합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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